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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아베의 '위안부 합의'는 부활하는가?
송기호 변호사  |  view : 49

강창일 새 주일한국대사가 박근혜 정권이 일본정부로부터 받은 10억엔을 활용하여 새로운 기금을 만들자고 발언한 것을 보는 순간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가 떠올랐다. 2009년, 이 기지를 오키나와 바깥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열망을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은 받아안았다. 일본 사상 최초로 성취한 민주적 정권 교체가 든든한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미군기지 이전 실패로 인하여 하토야마는 취임 8개월만에 물러났다. 미국은 역사적 정권 교체로 탄생한 민주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오히려 하토야마에게 과거 자민당 정권과 미국 사이의 합의라면서, 오키나와 안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지어 그곳으로 기지를 옮겨 달라고 압박했다.

 

미국이 하토야마에게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했듯이 일본은 이른바 박근혜-아베의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 주일대사가 반환하지 말자고 말한 10억 엔은 일본의 이행 요구의 핵심이다.

 

나는 10억엔 반환을 아시아 법치주의의 중대 문제로 본다. 한국과 일본에서 법치주의가 활짝 꽃피어 발전하지 못한다면 중국과 북한의 경제 성장의 길에 법치 선택지를 영향력있게 제시하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법치주의란 무엇인가? 그저 법을 수단 삼는 지배가 아니라, 인민이 법률을 제정하는 자치라는 적극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에도 법전이 있었다. 일제 의회는 1911년, '조선에서 시행해야 할 법령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의 법을 제정하였고, 이 법률을 근거로 조선총독은 자신의 명령(제령)을 제정해 식민지배의 법적 근거를 갖추었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 시기를 법치라고 부르지 않는다. 조선 인민이 제정한 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나는 1990년대의 어느날 서울대학교에서, ‘근대법학 교육 100주년 기념관’이라는 이름의 건물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했다. 식민지 강점기가 법치가 아니었듯이 식민지 경성제국대학의 이른바 법학 교육은 역사에 포함될 가치가 있는 법학 교육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법치 발전은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서 매우 중요하다. 중국과 북한의 인민이 한국과 일본의 법치 발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라는 환경에서 고심하는 정부의 노력을 이해한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 지배와 전쟁 책임의 상징이다. 한국 헌법이 정한 한국의 정체성 문제이다. 일본이 지금처럼 역사적 진실을 부정한 채, 10억엔으로 위안부 문제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벗어난다면 이는 오키나와 양민 학살과 731부대를 부인하는 일본 군국주의 후예들에게 큰 승리가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 법치에게는 큰 상처가 될 것이다.

 

나는 후텐마 미군 기지에서 그랬듯이 10억엔 문제의 뒤에 미국의 군사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후텐마 미군 기지는 한국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군 주요 전투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유엔사(UNC)가 일본과 체결한 주둔군 지위 협정(UNC-GOJ SOFA)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7개의 미군기지 중 하나이다.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사령부(UNC-Rear)는 긴급사태시 유엔사를 대신하는데, 여기에는 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포함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 미국의 군사주의는 한일 사이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소되어 한국과 일본을 자유롭게 하나의 권역으로 이용하기를 바란다.

 

바이든 새 행정부도 자신의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주의에 법치라는 재갈과 굴레와 고삐를 제대로 물리지 못하면 4년 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 방역 마스크를 쓴 것말고 전임 대통령과 무엇이 달랐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법치라면 민중은 새로운 정부를 선출하여 과거 정부의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외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박근혜-아베의 이른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문제 해결 공동 발표는 국제법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니다.

 

10억엔을 반환해야 한다. 이미 2019년 1월 21일에 박근혜 정권의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그리고 그해 6월 17일에 해산등기하지 않았는가? 법원도 올 1월 8일 역사적 판결을 통해 박근혜-아베의 이른바 일본군 위안부 합의로는 피해자의 권리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뚜렷하게 밝혔다. 강 대사의 주장처럼 화해치유재단이 아닌 다른 재단을 만들어 10억엔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른바 박근혜-아베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돈 10억엔을 받아 반환하지 않고 쓴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강 대사의 말처럼 10억엔을 쓰는 순간, 박근혜-아베의 이른바 위안부 합의는 부활할 것이다. 10억엔을 반환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법치는 실패해서는 안 된다.


(2021.02.02. 프레시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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