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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성시
심우기 (시인,대학강사)  |  view : 604

문전성시 
                       손세실리아(1963~ )


해안가 마을길에 찻집을 차린 지 달포
발길 뜸하리란 예상 뒤엎고 성업이다
좀먹어 심하게 얽은 싸리나무 탁자
마당 정중앙에 버텨 앉은 맷돌상
바다정원의 화산암 테이블
좀처럼 빌 틈 없다 만석이다
기별 없는 당신을 대신해
떼로 몰려와 종일 죽치다 가는


눈먼 보리숭어
귀 밝은 방게
아기 보말
남방노랑나비

 

 


 * 이 시는 시인의 마음, 시인의 삶이 보인다 .손세실리아 시인은 멀리 제주에서 산다. 이 시에서 보면 개업하고 달포니 그 시인이 차린 찻집 사실은 손님이 없다. 장사도 안되고 불경기에 힘들고 속상할 것이다. 그런데 시인의 눈에는 다르다

 

기별없는 사람들과 당신 보다 예고 없이 떼로 몰려와 채워주는 손님들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잠시 차만 마시고 가는 손님이 아닌 종일을 같이 있어 주는 단골 손님, 소위 70년대 다방에서 종일 차 한잔 시켜놓고 앉아 있던 손님( 소위 죽돌이)들이 여기 제주의 한 시인의 찻집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눈먼 보리숭어. 귀 밟은 방게, 아기 보말, 남방노랑나비 이쁜 죽돌이 손님 아닌지.
시인은 현실의 삶도 다르게 긍정의 힘으로 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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