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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충고
심우기(시인, 전 가천대 강사)  |  view : 583

또 다른 충고

                                                 창 루슬로 


고통에 찬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충고하려 들지 말라. 

그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 나올 것이다. 

너의 충고는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처 입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선반 위로 제자리에 있지 않은 별을 보게 되거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풀과 돌, 새와 바람, 그리고 대지 위의 모든 것들처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시계추에게 달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 

너의 말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의 문제들을 가지고 

너의 개를 귀찮게 하지 말라. 

그는 그만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 충고라는 말 조언이라는 말 혹은 팁(단서)이라고 하는 말, 좋은 말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물꼬를 열기 위한 아름다운 말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말도 때와 장소에 따라 상처가 되기도 하고 상대를 화나게 할 수 있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을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어찌 외면하겠는가. 타자의 고통을 번민을. 그러나 그것은 그들 스스로가 이겨내거나 극복해야 할 혹은 함께 가져가야 할 것이다. 해결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가는 거다. 무생물조차도 나름의 이유와 존재의 의미를 갖추고 있다. 모두 존재의 위치에서 존재자의 지위를 가지기 위한 투쟁을 고독 속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는 외로운 것이다. 약해질 때는 두렵고 앞이 캄캄한 것이다.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실 속을 알 수 없다. 가까운 부부, 부모 간에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표현하지 않으면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지 얼마만큼 서로를 위하는지 사실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말 없음이 주는 침묵 속에 흐르는 이해와 교감이 있을 때 상대의 고통이나 문제가 나에게로 건너올 것이다. 이심전심, 동병상련의 마음이 생길 것이다. 말없이 지켜봐 주는 것도 또한 또 다른 충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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