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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북전단으로 자유를 얻는가
송기호(변호사)  |  view : 581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4년에 북한인권법에 서명하였다.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가 그랬듯이 바이든 행정부도 장차 이 법을 연장할 것이다. 이 법을 바이든 행정부 대응 전략 목록에 넣는 것이 좋겠다. 특히 대북전단 문제가 쟁점이 되어 더욱 그러하다. 이 미국법은 북한으로 ‘북한 정부가 통제하지 않는’ 정보가 들어가는 것을 촉진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들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한국 국회는 지난 14일 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방식으로 북한에 전단을 날려 보내는 행위를 처벌하는 남북관계발전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대법원 판례를 법률에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국제적 의미가 있다.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국이 한·미관계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평화협정 체제로의 전환, WTO 다자주의 무역질서 등을 주도할 수 있는 능동성을 보여주었다.


대북전단 규제는 국내적으로는 대법원이 이미 정리한 문제이다. 대법원은 2016년,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2015다247394) 굳이 대법원 판례 번호까지 적어 강조한다.


국민의힘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에 대하여 ‘김여정 하명법’과 같은 표현을 써서 공격하고 있다. 야당이 그토록 표현의 자유를 핵심가치로 생각한다면, 유엔 인권기구로부터 한국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으로 평가된 국가보안법 문제 해결에 여당과 함께 나서야 한다. 어떤 표현에 대하여는 북한을 찬양 고무한다는 이유로 억압하면서, 대북전단의 북한 비난 표현에 대해서는 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접경지역 국민이 위험에 빠져도 좋다는 것은 모순이다. 표현의 자유는 북한을 비난할 자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북전단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문제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을 다시 보자.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 지원 조항은 매우 구체적이다. 라디오, 이동식 디스크, 메모리카드, 음성 재생장치, 동영상 재생장치, 휴대전화,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 웹 페이지, 무선 통신 등을 일일이 열거하였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이와 같은 정보 공유 장치를 더 많이 가지게 지원하도록 했다. 왜? 그 목적은 명확하다. 북한 사람들이 이러한 장치를 통해 더 많은 외부 정보를 접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은 자유아시아와 미국의소리 방송의 대북송출을 돈으로 지원하도록 하였다. 여기에 영어·한국어·중국어로 된 대중음악, TV 드라마 등을 활용하게 하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위 법에 따라 미국 변호사 제이 레프코비츠를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로 임명했다. 그는 2009년 보고서에서 미국이 2008년 서울의 탈북자 모임이 북한으로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데에 163만달러를 주었다고 기술하였다. 이 돈을 포함하여 미 국무부는 북한인권법을 근거로 한국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리고, 미디어를 들여보내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대북전단은 누구를 자유롭게 하는가? 대북전단으로는 북한 사람에게 자유와 인권을 가져다줄 수 없다. 그것은 북한지역으로 그것을 날리는 사람을 재정적으로 좀 더 자유롭게 한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를 공격하려는 사람을 좀 더 자유롭게 한다.


대북전단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공격의 문제이다. 그제 21일, 유럽연합은 리위한 변호사를 비롯하여 구금 중인 중국 인권변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2015년 7월9일 인권변호사 대체포 이후, 많은 인권 변호사를 구금하고 있다. 올 64세인 리 변호사는 체포된 인권 변호사를 변론했다. 그리고 2017년 10월 그 역시 체포되었다. 중국의 고도 성장 그늘에서 소외된 중국 인민을 위한 인권변호사를 체포하고 그를 변론하는 변호사도 다시 체포하는 상황은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중국은 국제적 지위에 맞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유럽연합이 중국과 역사적 투자 협정 체결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 인권변호사의 석방을 요구한 것은 중국 지도부를 공격할 목적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북·미관계 정상화는 북한인권 개선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말잔치는 북한 사람들의 인권을 개선하지 못하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임박하면서 한국이 진정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결정적 고비를 맞았다. 국민의 안전을 해칠 정도의 대북전단을 국회가 법률로 규제한 것은 좋은 출발이다.. (경향신문 2020. 12. 23.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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