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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본 국내 10대 뉴스
안성용 (공동대표)  |  view : 658

‘다사다난’이란 말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고 보니 예전에 어른들이 왜 한 해를 보내며 이 단어를 사용했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수많은 언론사,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제각각 ‘올해의 10대 뉴스’를 발표하였고 하고 있다. 아마 한 해를 돌아보며 좋은 일, 궂은 일, 잘한 일, 잘못한 일 등을 확인하며 성찰하고,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여는 자세를 가다듬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연장선에서 같은 시대를 사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시민단체 활동가의 일원으로서 2020년 한해를 돌아보며 반성하며 필자 나름대로 ‘10대 뉴스’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코로나19 - 인류의 삶에 경종을 울리다 

코로나19는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새 단어가 자리 잡았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비대면은 필수가 됐다. 기업 위기, 자영업 위기, 고용 위기 등 위기가 아닌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사태 와중에 긍정적인 것은 국내에서는 감염을 최소화하고 공동체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다양하게 있었다는 것과, 정부의 재난지원금 집행으로 공동체 전체가 보편적 복지의 경험을 가졌다는 것이다. 또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민낯을 경험한 것과, 나아가 아시아,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을 보면서 국제 불평등 구조와 선진국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경험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소위 선진국들에서는 백신 접종을 통해 내년에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들에서는 상당 기간 동안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학자들은 전 지구적으로 최근 수십년간 진행된 약탈적 자본주의 이윤추구에 따른 급격한 생태환경 파괴와 기후변화에 따라 각종 생물학적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인류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가축들도 마찬가지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와 같은 지구의 자원을 약탈하는 방식, 대다수 사회에서 인간의 노동을 약탈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2. 기후위기 - 역대 최장 장마, 집중 호우, 태풍  

올해 장마는 기상청 전국 관측 시스템이 마련된 1973년 이후 최장 일을(중부 54일, 남부 38일, 제주 49일) 기록했다. 중부지방에 이 기간 내린 비의 양은 851.7㎜(평년 366㎜)로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장마 이후에도 태풍들이 연이어 한반도에 상륙해, 강풍과 폭우가 이어졌다.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시설 피해가 있었다. 

장맛비는 집중 호우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최근 10년간 호우 일수는 30% 증가했고, 시간당 30mm 이상 쏟아지는 폭우는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올해 폭우의 원인으로는 빙하가 녹고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는 것, 이로 인해 더운 공기가 쌓이면서 공기가 정체돼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던 찬 기류가 남북으로 움직이며 한국, 중국, 일본으로 밀려온 것으로 지적되었다. 

기후위기는 인간이 한평생 살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결과를 이미 가져온 것이 분명하다. 내년에도 기후위기는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탄소 제로’를 말하고 있지만 행동을 보면 이는 진실이 아니다.  

국제 환경 협력단체 ‘기후투명성’이 2020년 11월 18일 발간한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G20 평균의 2배에 이른다. 또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G20 평균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또 한국은 G20에서 4번째로 큰 규모로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은 연간 약 64억 달러를 석탄발전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현행 에너지 계획과 투자 결정은 탄소중립 선언과 맞지 않는다. 한국이 일관된 행동을 보이려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철회하고, 국내에서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와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을 중단해야 하며, 불합리한 재생에너지 인허가 규제, 판매 독점으로 제한된 유통망, 경직된 계통운영 방식 등 재생에너지 도입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


3. 거대 여당의 탄생 - 기대와 실망

지난 4월 15일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비례 위성정당 포함)이 180석의 대승을 거뒀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평이 나왔을 정도이다. 집권여당은 대통령, 지방권력에 이어 국회권력까지 모두를 장악했다. 

한편 시민들은 박근혜 탄핵을 이루는 과정에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요구했다. 이는 시대정신이었다. 시민들은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정부가 사사건건 수구 야당에 발목 잡혀 이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점을 이해하고, 또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에 맞서 '공동체를 위한 정부여당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었다. 반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과거와의 단절과 혁신'을 보이지 못해 세력이 축소되었다. 이것이 간략한 지난 총선 평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정부여당은 산적한 개혁과제들을 입법화하고 집행하는데 너무나 나태하였고 단지 진영논리에만 매달렸다. 선출직과 임명직 할 것 없이 고위직들은 부동산 투기와 자산 증식 과정의 의혹, ‘내로남불’의 문제 제기에 휩싸였다. 어려운 경제 생활이 코로나 사태로 더욱 악화되어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들이 삶의 팍팍함을 호소해도 해결의 조짐이 없다. 하층과 중산층을 위한 실제 정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기대가 컸던 만큼 많은 시민들이 실망을 하고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고 돌리고 있다.  


4. 박원순 서울시장 - '성추행' 피소, 극단적 선택

7월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성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진실 논란, 정치적 대립을 비롯하여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 등에 대해 많은 과제를 남겼다.

먼저 안희정-오거돈-박원순에 이르는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은 우리 사회에 가부장적 제도와 문화가 강력히 지속되고 있음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성누리당’이라고 조롱받던 일을 시민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추행’ ‘직장 내 갑질’ 문제-특수한 권력 관계 속에서 일어난 공적인 사건-에는 여야가 차이가 없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게다가 박시장은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에 헌신했고, 특히 서울대 신교수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변호인으로서 ‘성희롱’은 범죄라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자리 잡게 만드는 데 공헌을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10여 년간 서울시장으로서 ‘시민 친화적 정책’들을 구상하고 집행해 온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더 깊은 충격을 주었다. 

한편 박시장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많은 논란을 낳았고, 논란은 이후 여러 형태의 진영논리 투쟁으로 변화 전개되었다. 우선 극단적 선택에 대한 논란이 컸다. 그리고 피해자에게는 어떤 위로나 속죄의 행위를 남기지 않아, 피해자에게는 증거인멸 행위이며 동시에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 장례식의 형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었다. 

이 사건은 사건 자체도 그러하지만 사건을 둘러싼 인식과 해결 과제 등이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김명인 인하대교수의 글의 일부를 인용하여 마무리 한다)


“이젠 우리 사회도 어느샌가 커다란 사회적 위업을 쌓은 저명인사의 명예와 이름 없는 한 여성의 명예에 어떤 차별도 우선순위도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세대나 그 윗세대에게는 매우 소중했던 구국의 위업, 경제 기적의 위업, 민주화의 위업 등 이른바 대의에 대한 투신과 희생과 헌신으로 이룬 수많은 ‘대문자의 위업’들이 지닌 가치는, 그 ‘위업’의 뒤안에 존재했던 이름 없는 ‘작은 존재들’의 눈물과 아픔의 가치와 엄밀히 대조되고 비정될 때에만 그 의의가 인정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이상 살아남기에 급급한 세상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가를 물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화급한 과제’를 앞세운 가부장적 위세와 그것을 보장하는 모든 시스템들은 이제 전면적으로 성찰되고 폐기되는 수순이 밟아져야 하며, 그것은 어쩌면 이러한 ‘살아남기’ 식의 모든 가부장적 위계체제의 모태인 근대적 국민국가체제와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원적 문제 제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피해자 ‘그 사람’의 입장을 앞세워 박 전시장을 한갓 성범죄자로 평가절하하는 일부의 흐름이 야속한 것이고 이를 기화로 박 전시장을 모멸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조롱하는 또 다른 일부의 흐름이 야비한 것이라면, 박 전시장의 생애의 위업을 앞세워 피해자 ‘그 사람’을 모멸하고 재가해하는 흐름은 범죄적인 것이다. 그리고 박 전시장에 대한 애도와 추모는 투사세대들의 후일담으로서가 아니라, 그의 삶에 어룽졌던 빛과 그림자, 그 모순과 이율배반을 성찰하며 다시는 그러한 분열이 용납되지 않는, 아니 그러한 분열이 발생하지 않는 세상을 향한 다짐으로서 행해질 때만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지금 박 전시장의 모순된 삶에 의해, 앞 세대의 가부장들이 누렸던 부당한 권력에 의해 전존재가 형언할 수 없는 위기에 빠져버린 바로 ‘그 사람’의 평범한 삶을 되돌려놓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5. 부동산 문제 - 24번의 헛발질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노동자와 자영업자, 농민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반면 고소득자와 자산 소유자들은 소득이 늘고 있다. 자산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산 소유의 불평등은 소득 격차를 낳는 직접 원인이다. 자산이 지배하는 사회는 과거가 미래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한편 주거의 불평등은 저출산을 부른다. 한국 세입자의 평균 주거 기간은 자가 소유자의 1/3에 불과하고 출산율이 낮다. 특히 1인 가구와 청년 가구는 주거 취약계층이다. 그 다음이 신혼부부이다. 또한 자산과 소득 불평등은 시간 불평등을 낳는다. 시간 불평등은 돌봄, 여가, 사회적 관계의 격차를 키워 다른 불평등을 강화한다. 특히 여성에게 불리하다. 하층계급은 가난, 해고, 질병, 불안, 모욕감을 느끼며 버티고 있다. 

2020년 7월 2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총 국부(國富)는 1경6621조5000억원이었다. 한편 2019년 말 한국감정원 시장가격과 한국부동산연구원의 감정평가 가격, 지가변동률 등을 종합해 구한 부동산 자산 가치는 총 1경4120조원으로 국부의 85%를 차지했다. 건설자산과 토지자산을 합친 것이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가치가 총 5056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새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7.4%(약 347조원) 넘게 불어났다. 고삐 풀린 집값 상승세 여파다.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지난 2016년 말 4000조원을 돌파(4005조2000억원)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불과 3년 사이 1000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2019년 GDP(국내총생산)대비 부동산 가치는 GDP의 7.4배에 달했다. 2009년부터 10년 만에 상황은 두배 이상 더 악화되었다. 


12월 22일 경실련은 “경기도 6만 가구 67개 아파트 단지 정권별 시세변동 분석결과 온라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기서 발표한 자료를 간단히 인용하면 이렇다.

“경기도 67단지 표준지 아파트 평당가격은 2003년 656만원에서 2020년 11월 현재 869만원(132%)이 상승 1,525만원이 됐다. 평당가격을 30평으로 환산하면 2003년 2억짜리 아파트가 2020년 11월 현재 2.6억이 상승 4.6억원이 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임기초 30평형 아파트값은 2억에서 임기 말까지 1.1억(59%)이 올라 3.1억이 됐다. 아파트값은 2006년 한 해 동안 9천만원이 올랐는데 1년 상승액 중 가장 큰 수치이다. 그 뒤 아파트값은 이명박 정부에서 0.3억(-9%) 하락했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0.4억(14%)이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3.2억에서 1.4억(42%)이 올라 4.6억이 됐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 상승액 2.5억은 지난 17년 전체 상승액 2.6억의 96%를 차지하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상승액 0.1억의 25배로 나타났다.”

‘부동산 폭등은 노무현정부, 문재인정부에서 있었다’는 시민들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을 경실련이 통계분석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날 경실련은 “정부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진단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계속해서 조작된 통계로 국민을 속이고,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결국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며 다음 세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부동산 통계 및 관련 자료 조작을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땜질 정책 중단하고, 주택 공급체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셋째, 국책사업위원회 설치하여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발 공약 남발을 방지하고, 철저한 검증 부터 해라!


한편 김헌동 본부장(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은 12월 4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장 실효성 있고 즉각 반응이 나올 대책으로, 다주택자 소유 900만채를 시장에 물량으로 나오도록 이들의 기존 은행 대출을 회수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다수는 80%의 대출을 끼고 주택을 여러 채 구입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 힘, 국민의 당, 수구 언론은 새 아파트 공급과 종부세 감세를 주장한다. 민주당은 새 아파트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단계별 증세를 하겠다고 한다. 진보정당들은 공공임대아파트 공급과 증세를 주장한다. 모든 정당들은 ‘새 아파트 공급’을 주장하는 데에는 일치한다. 

현 정부의 24번의 부동산 대책은 실패했다. 자가 주택을 갖지 못한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정상적으로 노력해서 돈을 모아 집을 사기 어렵게 된 이들의 ‘꺾인 희망’ 앞에 각 정당들의 주장은 공허한 것이 지금 상황이다. 또한 ‘빌라 거지’ ‘임대 거지’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쓰이는 이 시대에 ‘공공임대주택’의 대규모 공급 또한 시일이 걸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현 정부는 하층과 중산층에게 적합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부여당 인사들은 스스로가 자산가이고 자산가의 편에 서 있는 인식을 그동안 많이 드러냈다. 

김현미장관의 후임으로 변창흠 후보자를 내정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여러 ‘사회적 인식들’을 보면 임명되더라도 과연 하층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 수립과 집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6. 빗나간 검찰개혁 

검찰은 지난 수십년 세월 동안 독재정권의 하수인, 대자본의 이익을 지키는 첨병의 역할을 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자의적으로 행사했다. 인권 유린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상황을 만들어왔다. 소위 ‘통제받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한국 사회 지배세력의 한 축이었다. 그러나 국정원, 경찰과 함께 그 시대는 저물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공수처 출범 등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받게 되면 정치적 수사를 할 수 없게 되고 정치권이 검찰을 부당하게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또한 검찰권의 오남용과 법무부의 잘못된 행동도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된다. 

잘못된 특정 국가권력의 힘은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가동되면 점차 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근본적으로는 민의에 의한 선출직이 권력을 통제해야 하고, 또한 그 선출직은 민의에 어긋나면 소환 파면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런 제도의 도입에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쉬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작년의 소위 ‘조국대전’에 이어 올해 1년 내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의 충돌은 계속되었다. 결과는 윤 총장이 유력한 대권 주자가 되었고, 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윤 총장 몰아내기'에 가려진 꼴이 됐다. 이제야 입법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현실이다. 근본적인 개혁과 확실한 제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7. 남북관계 경색  한반도 평화 새롭게 추진돼야  

북한은 6월 16일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인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지난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합의로 같은 해 9월 개성공단 내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개소 1년 9개월 만에 연기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9월에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이 쏜 총탄을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되었다. 민간 차원의 교류도 중지된 상황이다. 

불과 1-2년 전 활발하던 남북관계는 북미 관계의 진전이 되지 않고, 한국 정부의 과감성 부족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현재 경색된 상황이다.  

미국 대선은 끝났다. 북한은 내년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를 연다. 한국 정부는 남북 보건협력과 금강산지구 공동 개발, 폭넓은 남북교류 등을 포함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발표하고 집행해야 할 시점이다. 


8.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람이 먼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목적은 안전관리체계 미비로 인해 사업장,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법인, 기업주, 경영책임자, 정부책임자 등을 처벌함으로써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의 적용 대상은 사업장과 관련된 모든 노동자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시민의 피해도 포함되고, 공장의 잦은 유독가스 누출사고로 인한 공장 주변 지역주민의 피해에도 적용된다. 

매년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수의 재해가 일어나고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매일 6-7명이 일터에서 사망하고 재해자 수는 년 10만명이 넘는다. 엄청나게 많은 숫자이다. 세계 10대 무역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후진적인 사회라는 지적에 국회는 답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다. 불평등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조장, 용인, 방치하는 문화는 뿌리째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앞에서는 피해자 유가족과 동료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를 보면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미적거리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9. 세 사람의 죽음  우리 시대의 자화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회장이 2015년 5월 자택에서 쓰러진 후 6년 5개월간의 투병 끝에 지난 10월 향년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회장은 1987년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 당시 연 매출 10조원대였던 삼성그룹 매출을 387조원(2018년 기준)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한국과 세계의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정경유착, 황제경영, 세습경영, 노조탄압, 기술 탈취, 백혈병 책임, 삼성공화국 등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만들고 행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회장의 죽음에 과연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이 애도했을까? 


최희석 경비원

올해 5월 서울 강북구 모 아파트에 근무하던 고 최희석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아파트 입주민 심모 씨가 최씨를 집요하게 괴롭힌 지 약 10여 일 만의 일이었다. 가해자 심씨는 온갖 폭언과 모욕, 폭행을 했다. 심씨는 지난 12월 10일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8월엔 피해자 및 유족들에 대해 1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심씨는 형사, 민사 판결 모두에 대해 항소한 상태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동주택 경비원의 인권 보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대책’이 발표됐고,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규약에 고용 승계 규정을 반영하거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이 없는 단지에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입법으로 이어져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관리사무소장 및 경비원에게 부당간섭 및 위법한 지시 등을 하는 경우 과태료 처분을 하고, 경비원들에 대한 주차, 청소, 택배관리 등의 업무지시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20일 공포됐다.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입주자 및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소장 및 경비원에 대한 부당간섭으로 인한 과태료 규정은 내년 4월 21일부터, 경비업법 적용 제외 규정은 내년 10월 21일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10월 28일 인천 서구 모 아파트 이경숙 관리사무소장이 근무 중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 두 사건과 유사한 사례들이 그동안 전국에서 많이 일어났다. 입법으로 인해 ‘갑질’이 많이 사라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입주민의 갑질’, ‘서비스업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은 우리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보다 약한 약자들에게 행하는 폭력이다. 재벌 오너 가족, 정치인, 고위관료, 법조인, 언론인, 종교인, 전문가집단 등 지배계급의 폭력이 우리 사회에 상당 부분 전파되어 내재화되어 있다고 보인다. 고 최희석씨 사건을 계기로 많은 공동주택들에서 경비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인원 감축이 아닌 같이 살자’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행동이 나타난 것은 ‘내재화된 폭력’을 넘어서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방배동 모자의 비극

사망 5개월 만에 발견된 엄마, 노숙자가 된 발달장애인 아들 

“우리 엄마가요. 휴대폰으로 글자 읽고 있다가요. ‘내 팔이 안 움직여’ 이러고 쓰러졌어요.” 발달장애가 있는 최모(36)씨가 옆으로 쓰러지는 시늉을 하며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요, 파리가 날아들고요, 애벌레가 생기고요, 제 방까지 애벌레가 들어왔어요.”

‘진짜일 수도 있겠다.’ 12월 3일, 서울 동작구의 한 식당에서 최씨와 마주 앉아 있던 사회복지사 A(53)씨의 머릿속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경찰과 함께 달려간 최씨 집에는 정말로 최씨 어머니 김모(60)씨가 숨져 있었다. 

재건축을 앞둔 서초구 방배동의 다세대 주택에서 김씨가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서래마을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동네다. 시신은 군데군데 뼈가 드러났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숨진 김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10년 넘게 이 집에서 아들 최씨와 거주해왔다. 경찰은 김씨가 사망한 지 최소 5개월은 흐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3일 한국일보 취재결과,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서초구에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2019년 관악구 탈북 모자 사건과 유사한 취약계층 사망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모자의 비극 이면에는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사회적 약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될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방과 지원대책을 쏟아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번에도 고독사한 어머니와 노숙자가 된 아들을 사회복지사가 우연히 발견할 때까지, 모자의 비극은 아무도 몰랐다. (중략)

모자는 일정한 소득 없이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10월 중 62일 동안 동네 모기방역 활동을 하는 ‘모기보안관’으로 일해 총 124만원을 벌었던 게 마지막으로 기록된 김씨의 소득이다. 김씨 가구는 주거 급여(중위소득 45% 이하)를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2018년 10월부터 매달 25만원 가량을 받았다.

경찰이 시신을 발견했을 당시 김씨 집 현관 안쪽 벽에는 빨간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었다. 집(36.28㎡·11평)에는 틀이 비뚤어진 침대와 브라운관 TV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가구가 없었다. 집 벽면을 따라서 잘 정돈된 옷가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휴대폰 요금은 4월 이후 미납된 상태였다. 세상사에 어두웠던 아들 최씨는 “월세 왜 내요. 안 내면 왜 쫓겨나요. 전기세는 왜 내요. 전기는 왜 끊겨요”라고 물을 뿐이었다.(중략)

김씨 모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복지대상으로 관리돼야 할 대상이었지만 지역사회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수개월간 비극을 알아채지도 못했다. (중략)

아들 최씨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어머니 김씨의 주검은 어쩌면 지금까지도 방치돼 있었을지 모른다. (중략) 

최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발달장애가 있지만 장애인 등록이 안 돼 있어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전북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다녔던 최씨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글을 읽고 쓸 줄 알고, 숫자도 1부터 10까지 세고, 전화도 걸 수 있었지만 그뿐이다. 복지사 A씨는 “최씨는 ‘신고’나 ‘이웃’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사회생활은 힘들어, 사기 같은 범죄에 무방비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중략)

우선은 복지사 A씨와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최씨를 돌보고 있다. 경찰은 발달장애센터를 알아보고 있고, 복지사 A씨도 최씨의 장애인 등록과 자립 준비를 돕고 있다. 늦었지만 서초구와 동주민센터는 최씨의 장애 검사비와 장제급여를 지급하고, 최씨를 긴급복지 대상자로 선정해 6개월 동안 매달 생계비 45만여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복지사 A씨는 "최씨 모자에게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뭔가 해줄 수 있었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출처. 한국일보. 2020.12.14. 김진웅 기자, 박지영기자)


뭐라 말할 수 없이 너무 먹먹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밥 굶는 사람’이 많다. 또 주거, 의료, 보육 교육문제 등 생존의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 많다. 보편적인 복지 체제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최소한 ‘전국민기본생활권’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것이 공동체가 할 일이다. 


10. 한류  대중문화 빛과 그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여세를 몰아 올 2월 열린 제92회 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까지 총 4관왕에 올랐다. 한국 영화를 포함, 외국 영화가 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2020년 한국 영화사와 세계 영화사를 동시에 새로 썼다. 좋은 일이고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즐거워만 할 상황이 아니다. 영화산업 면에서 일부 감독에게만 몰리는 영화 제작 자금, 팔리는 영화들만 기획되고 다양한 장르가 배제되는 것, 유통망을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것, 스탭들과 배우들의 낮은 임금과 어려운 노동 조건 등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극장에 가는 것이 어려워진 반면 넷플릭스 등 온라인 채널이 급성장하는 것에 따른 대응책 마련도 중요하다고 보인다.  


방탄소년단(BTS)은 올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K팝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또 내년 1월 열릴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래미 어워즈에 한국 대중가수가 후보에 오른 것 역시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에 10월 상장되었다. 대중음악 산업은 SM, YG, JYP,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등 몇 개 기업의 과점형태로 자리 잡았다. 

또한 청소년, 청년들과 음악적 코드가 다른 장년, 노년층에 맞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기업들에 의해 올해 트로트 열풍이 크게 불었다.  

반면 연극, 공연 등은 가뜩이나 후순위였다가 코로나로 인해 기능 정지된 상태이다. 


우리 사회에서 문화는 상품이 된 지 오래되었다. 문화산업, 대중문화산업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인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하는 문화 활동은 매우 위축되어 있다. 일상에서 제도의 뒷받침도 미약하다. 시민 절대다수는 ‘기획 제조된 문화 상품의 소비자’로서 단지 ‘소비’를 할 뿐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은 문화 상품에 대한 소비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고 인터넷을 뒤적일 뿐이다. 올해는 손흥민이 골 넣는 것을 보는 재미로 산다는 사람이 많다. 과거 박찬호나 박세리가 IMF 이후 활약할 때 하던 말들과 유사한 현상이다. 스타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 그리고 버티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 것이 다수 시민들의 2020년 문화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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