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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해설(박후기 시인 '크레바스')
심우기 (시인, 회원)  |  view : 633

박후기


아스팔트 도로가 폭삭 주저앉았다. 지나가던 자동차가 구덩이 속으로 처박혔다. 집중호우 때 생긴 틈으로 물살이 파고들었고, 아스팔트를 떠받치고 있던 흙과 자갈이 떠내려갔다. 아스팔트 포도는 한동안 공중에 떠 있었다. 자동차는 그곳이 바닥인 줄 알고 달렸다.


빙산은 물 위에 떠 있고, 대륙은 맨틀 위에 떠 있다. 나는 가끔 발아래가 의심스럽다.


저수지 중앙은 얼지 않았다. 저수지가 숨을 쉴 때마다 물안개가 피어올랐고, 물고기들은 얼음장 밑에서 행복했다. 나는 아파트 7층에 산다.


고상돈은 매킨리봉 크레바스에 빠져 죽었다. 자일에 매달려 날개가 꺾인 채 발견되었다. 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사는 것인지, 올라가기 위해 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새들이 나는 곳이 모두 하늘은 아니었다.



*시인은 우연히 발견한 도로의 팬 구덩이에서 시의 종자를 찾았다.

패인 도로 구덩이 - 빙산- 대륙의 맨틀- 자신의 발아래로 사유의 전개를 보인다. 시를 어떻게 끌어 올리는가를 볼 수 있다. 누구나 일상생활의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가지고 있다 그것을 시로 쓸 때는 시적 표현의 기교도 있겠지만 사유가 들어가야 깊은 감동을 끌어내고 시의 맛이 남게 된다. 이시는 바로 그러한 시중의 하나다. 얼어붙지 않은 저수지 중앙과 자신이 사는 아파트 7층을 대비하여 우리의 삶을 묻는다. 물론 시인 자신의 삶을 물으며 독자에게 던지는 것이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사는지 올라가기 위해 사는지 지금 이 시대의 사람에게 묻고 있다.

새는 하늘을 난다고 하지만 그 새도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나는지 아니면 오르기 위해 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내 발밑의 크레바스가 어디 있는지 조심스러운 하루, 자성의 하루를 가지시기를 스스로 빈다.


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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