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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무총장 도전의 가치
송기호 변호사  |  view : 79

한국이 도전 중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임명 최종 단계에서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와 경쟁하고 있다. 사무총장 선출은 합의로 추대하는 방식이 원칙이다. 그래서 일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워커 뉴질랜드 통상장관이 세계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선호 후보를 조사하고 있다. 그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총장 선출 협의를 본격 진행할 것이다. 두 후보가 지지도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표 대결보다는 전반기와 후반기 총장을 나눠 맡는 등의 합의 도출도 가능할 것이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표결로 선출하지 않았다. 현재의 세계무역기구 사정은 편을 나누어 표대결을 벌일 만큼 한가하지 않다. 2020년 2분기 기준으로 세계 상품 교역량은 14.3%나 감소했다.


한국의 시도는 의미가 크다. 미국의 지원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국제무역질서에서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중요한 도전이다. 한국은 2019년 기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상품 교역을 많이 하는 나라이다. 안정된 무역질서는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 폭발하여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사무총장 선출에 적극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일본도 상황을 주도하기 어렵다. 일본이 국가안보를 빙자하여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했기 때문에 한국 후보를 반대할 정도이다. 이는 자국의 의사표시일 뿐이다. 일본이 한국인 사무총장 선출을 방해한다고까지 확대해서 볼 필요는 없다. 미국의 적극적 지원이 없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국제질서라면 우리 힘으로 만들겠다는 접근을 높게 평가한다.


새로운 사무총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새 총장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와 미국 예외주의야말로 세계무역기구를 위기에 빠뜨린 직접적 계기였다. 그는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의 안보를 해친다면서 불법적인 보복 관세를 매겼다.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으로 선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세계무역기구의 신뢰 회복이라는 공약을 이루지 못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 무역은 미국과 중국의 충돌 차원을 넘어서는 근본적 문제와 부딪쳤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역이 고삐 풀린 황소처럼 되면 환경을 더욱 황폐화해 재앙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무역의 이득이 소수 국가의 소수 기업, 이를테면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통칭 ‘가파’라고 부른다)에 집중되어 세계적 양극화를 초래한다. 가파가 누리는 어마어마한 이득에 대한 합당한 과세 규칙도 만들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더라도, 가난한 대중은 균형을 잃은 국제 특허권 보호 규정 때문에 백신에 접근하기 어렵다.


한국의 도전은 이러한 지난한 과제와 싸우겠다는 선언이어야 한다. 새로운 사무총장이 추구해야 할 무역질서는 무역의 활력을 유지하되 가난한 나라들도 무역의 이익을 누리는 질서여야 한다. 환경을 침해하는 모든 기업 활동에 대하여 사회적 비용 부담을 요구하고,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특허기업보다는 대중을 더 보호하는 규정이어야 한다. 가파가 각 나라에 합당한 세금을 내게 하는 체제여야 한다.

미국에 편승하는 통상의 틀을 깨야 한다. 한국은 국제금융자본이 누리는, 공공정책에 대한 국제 중재 제소 특권(ISDS) 개혁에 소극적이었다.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가 추진하는 이 특권에 대한 국제적 협의에서 한국은 일본과 함께 개혁에 반대하였다. 2019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유엔 협의에서도 한국은 개혁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세계에서 ISDS를 세 번째로 많이 유발한 조약인 점에서, 한국 통상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으로서 무역을 통해 선진국으로 발전한 한국 출신 유 본부장이 개발도상국의 광범위한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변하지 않은 사정과 관계가 있다.


한국의 도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자신의 논리와 노력으로 새로운 무역질서에 대한 구상을 163개국에 제시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서 있는 자리를 성찰하면서 전진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스스로 통상정책을 되돌아 보고 재구성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개방성, 투명성 그리고 민주주의는 세계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세계무역기구 도전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경향신문 2020년 10월 28일자 기사를 위례시민연대 뉴스레터로 옮겨 실은 글 입니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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