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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재앙 몇 가지가 보이는 세계의 위기
안성용 (공동대표)  |  view : 603

미국 서부 지역의 캘리포니아주, 오레곤주, 워싱턴주에 한 달이 넘게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불탄 숲은 파이낸스타임즈에 따르면 2만234㎢로 한국 땅의 1/5에 달한다.

미 정부는 캐나다, 호주의 산불 진화 경험이 많은 소방관들을 지원 요청하여 자국의 2만명의 소방관과 함께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다. 불길이 어느 정도로 거센지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다. 2019년 6개월이 넘게 지속된 호주 산불은 한국 땅 크기의 2배를 태운바 있다. 지금 미국 서부의 산불은 얼마나 큰 피해를 남기고 언제 꺼질지 모른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존재론적 기후위기의 한복판에 있다. 당신이 기후변화를 부정한다면, 지금 캘리포니아로 와보라.”고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의 침묵 후에 9월14일에야 캘리포니아를 방문하여 “산림 관리 소홀 때문이지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다. 과학이 화재의 원인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당신이 기후 방화범으로 앞으로 4년간을 더 백악관에서 보내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더 화염에 휩싸인 미국을 보며 경악하고 있을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미 서부 지역 산불 증가의 원인은 ‘관리소홀’이 아니라,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또 여러 번 밝혀졌다.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웨스털링 박사팀은 2006년 논문에서 이 지역 산불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은 ‘온난화와 이른 봄’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34년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데이터를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증가한 산불의 발생지는 록키산맥 북단 해발 1,680m에서 2,690m 사이에 집중되었음이 드러났다. 이 지역은 인간의 행적이 드문 곳이기 때문에, 산불 폭증의 원인이 ‘관리 소홀’에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또한 논문은 눈이 이른 봄에 녹는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1987년부터 2003년까지 산불 발생 횟수의 56%, 불에 탄 넓이의 72%가 눈이 일찍 녹은 해에 발생했다. 록키산맥 북단 지역의 평균 기온은 1970-1986년에 비해 1987-2003년에 0.87℃ 올랐다. 이 지역 강수의 90%는 겨울철 눈이다. 겨울에 내린 눈은 얼음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늦봄부터 여름까지 천천히 녹아 흐르면서 숲과 토양에 수분을 제공한다. 그런데, 봄에 기온이 높으면 얼음이 다 녹아버리고, 숲은 수개월에 걸쳐 점점 말라간다. 건기가 길어질수록 숲은 더욱 건조해지고 대규모 산불이 발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그동안 발생했던 대형 화재 20건 중 5건이 2017년 가을에 터졌다. ‘토마스 화재’로 1140㎢에 달하는 면적이 불타고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 외에도 9,000건의 개별 화재 사건이 발생해 5600㎢의 면적을 불태웠다. 서울 넓이의 9배에 해당한다.

이어진 2018년은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이었다. 한국 넓이의 8% 정도에 해당하는 숲이 소실됐다. 재산 손실, 화재진압 비용, 복구비용을 포함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 등을 합하면 4000억 달러에 달했다(미국 예산의 8%). 2019년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 넓이의 1%를 태우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올해의 화재는 이미 2018년의 기록을 넘어섰다. 문제는 2017년 토마스 화재 당시 인간의 노력으로 진화된 비율은 15%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스탠퍼드 대학의 마이클 고스를 대표 저자로 하는 연구팀은 2020년 8월에 “기후변화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가을 산불을 증가시킨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지역의 9월에서 11월까지 기온은 지난 40년간 1℃ 상승했고. 강수량은 30% 감소했으며, 소실되는 넓이는 10년마다 40%의 비율로 증가하고 있고, 극단적인 가을 화재가 발생할 조건을 갖춘 날 수는 지난 40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산불만이 아니다. 최근 남동부에선 시속 160㎞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 '샐리'가 강타해 1000㎜ 물폭탄이 쏟아졌다. 대서양에선 역대 두 번째로 허리케인 5개가 동시에 휘몰아치고 있다. 게다가 데스벨리 국립공원의 평균 기온은 섭씨 54.5도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의 폭염 기록을 경신했다. 초대형 자연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산불, 허리케인, 폭염 등이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대형 산불을 만들었고, 따뜻해진 바닷물이 허리케인의 힘과 속도를 더욱 강하고 빠르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륙도 마찬가지이다. 유럽 국가들은 올해 고온 기록을 경신했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지역은 관측 이래 최고치인 42도를 나타냈다. 이탈리아는 14개 도시에 폭염 비상경계령을, 프랑스는 전체 지역의 3분의 1에 달하는 101개 구역에 경보를 발령했다.

잘 아는 대로 아시아에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에선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한국은 역대 최장 장마기간(51일)을 기록했다. 한반도에는 이례적으로 두 번의 태풍이 연속해 수직방향으로 올라가며 통과했다.


올 여름 기후변화와 미국의 초대형 산불을 보면서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중 누구도 일생동안 이런 일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기후변화는 내일 일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가 됐다"(영국 런던대 크리스 래플리 기후과학 교수. 2020.8.30. BBC).

“아마 10년 뒤엔 2020년 올해가 좋은 시절이었다며 그리워할 것입니다”(콜로라도 대학 환경과학과 압달라티 학장, 2020년 9월 11일 MBC 뉴스).

“사람들은 늘 ‘이것이 새로운 일상인가요?’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그렇지 않다. 더 나빠질 것이다’”(우드홀 기후연구센터 대표 더피 2020년 9월 14일 뉴욕타임즈).


필자는 지난 8월 뉴스레터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염병의 창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기후위기가 맞물리면 그 결과는 기존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현재 미국은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9월 18일 현재 667만명의 코로나19확진자가 있고, 사망자는 20만명에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는 확진자가 3천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94만명을 넘었다. 북반구가 겨울을 향하고 있어 세계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9개월간 코로나19로 인해 가난한 나라일수록 또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았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 해고와 실업, 식량 부족, 주거환경의 악화, 건강을 무릅쓰고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 등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세계는 크게 드러냈고,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는 등 제국주의와 초국적자본에 의한 구조적 약탈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았다.


그동안 인간의 무분별한 생태파괴는 인간과 거리를 두고 있던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 등을 인간 곁으로 본격적으로 불러오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나타날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앞으로 대규모 전염병은 더욱 창궐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또한 홍수, 가뭄, 태풍, 폭염, 폭설, 혹한, 산불 등은 현존하는 인간들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앞으로겪게 할 것이다. 이는 현재 세계 각국 간의 불평등과 각국 안에서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면 각국은 사회의 약한 고리부터 시작하여 연쇄적인 문제 폭발이 시작될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극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두드러지는 흑인에 대한 경찰과 백인들의 있을 수 없는 연속적인 행동들과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선동은, 미국 사회의 약한 고리인 ‘인종문제’에 본격적인 방아쇠가 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탈퇴 절차는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 날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불평등 문제,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미국 시민들이 깨어서 본격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월가를 점령하라!“고 나섰던 미국 시민들이, 이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시야를 가지고 행동에 나설 때이다.

물론 타국의 시민들도 이에 연대하는 활동이 필요하고 당연히 한국 시민들의 연대도 중요하다. 미국발 재앙이 세계의 위기로 전가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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