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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알 권리
송기호 변호사  |  view : 565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하여 북한은 올 4월 <전염병 예방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격리와 봉쇄는 사람의 자유를 제약하기 때문에 전염병의 전파 속도와 위험성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조치의 종류와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였다. 예를 들어 ’특급‘ 단계일 때, 지역 봉쇄를 할 수 있다. 북한이 역병 응급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률적 담보를 마련한 까닭은 법치가 북한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치는 투명한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사람의 자유를 제약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북한법의 낱말을 빌려 표현하면, 법치는 사람들이 ’자각적으로‘ 전염병 예방 사업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코로나19와 싸울 수 없다. 이 경험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다. 함부로 격리하고 봉쇄할 수 없게 함으로써, 민생을 보호하고 사람들의 적극적 협력을 끌어낸다. 북한은 법치가 필요하다.


법치를 완성한 나라는 매우 드물다. 중국이 우한의 용기있는 의사 리원량의 코로나19 경고를 억압하지 않았다면 세계가 달라졌을 것이다. 북한의 법치도 많은 과제와 모순에 둘러싸여 있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북한이 본받을 정도로 법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북한에게 필요한 법치 발전에 유용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일이다.


나는 북한이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와 같은 보통국가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17일 평양 종합병원 건설 착공식에서 ’솔직히 말해......자기 나라 수도에마저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보건시설이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비판하였다고 공개적으로 연설하였다. 이달 19일에는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를 맞아, ‘여러 측면에서 예상치 못했던 불가피한 도전에’ 직면한 현실을 인정하였다.


북한의 고민은 인민경제이다. 사람들의 살림살이다. 구 소련이 인류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낼 정도의 과학기술이 없어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민경제를 개선하려면 재산권을 보장하고,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치가 필요하다. 함부로 사람을 잡아 가둔다면 누가 마음놓고 장사를 할 것이며, 은행에 예금을 할 것인가?


북한 법치 발전을 내오려면 북한을 알아야 한다. 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70년 가까운 기간 북한의 방송, 통신사, 신문, 대학, 단체 대부분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북한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연구할 모든 길을 막아 놓았다. 중국인들이 ‘구글’ 접속을 할 수 없듯이 한국 사람들은 북한의 변호사 사무실인 룡남산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다.


북한 방송과 홈페이지 차단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차단하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그런 내용은 없다. 북한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니다. 한국 사람이 북한 게시 홈페이지를 접속하여 보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가 아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에 일부 손질한 데에 그친 국가보안법조차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북한 사람과 회합하거나 통신한 사람을 금지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헌적 인터넷 차단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 방송을 개방해야 한다.


북한 사람들을 만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남북교류협력법은 친인척을 만나는 것조차 접촉승인신고를 하지 않고 만나면 처벌한다. 심지어 국가보안법에서도 처벌하지 않는 내용이다. 미국에게 이른바 ‘워킹 그룹’으로 한국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하는 혀로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북한에 대한 차단으로 가두고 있음을 고백해야 한다. 북한에 무슨 법치가 가능하냐고 웃는 그 입으로 그 어떠한 북한 사람들도 접촉신고를 하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게 하는 한국의 법을 보고 웃어야 한다. 많은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친인척과 연락을 하며, 때로는 그러한 연락 내용을 방송하기도 한다. 이들을 접촉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문명의 이름으로 정당한가?


행동할 때이다. 접촉은 모든 교류협력의 기초요 출발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을 국가보안법의 부속물로 보는 시각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북한 사람들을 만날 자유를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법률 개정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미국에게 자유를 요구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마지막 개정이 노태우 정부에 있었음을 뼈아프게 여겨야 한다.


송기호 /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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