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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매미
심우기 (시인, 회원)  |  view : 619

송영숙

 

전생에 나는 백제금동대향로의 다섯 악사 중 배소를 불던 주악상이었다

 

어쩌다 속 깊던 한 사내를 몰래 가슴에 두었다가 그를 위해 연주한 것이

발각되어 杆기듯 나와 지금 여기 허름한 나무의자에 기대있는 것이다

 

그러다 단 한 번도 나팔을 불어 본 적 없는 나팔꽃

하늘 한 번 올려다 본 적 없는 엔젤트럼펫처럼

꿈인 듯 생시인 듯 슬퍼도 소리 내어 울 수 없게 된 벙어리매미

 

사랑에 눈멀었던 악사들이 인연의 줄을 끊고

소리를 허락받는 날이면

사람들은 지상에서 가장 슬픈 교향악을 듣게 될 것이다

 

 당신은 모른다 내가 밤낮 잘도 웃지만 돌아서서 한 번씩 크게 울기도 한다는 것을, 

울면서 새끼손가락으로 양쪽 귀를 피가 나게 파보기도 한다는 것을

 

시집 벙어리매미중에서

 

* 매미는 애벌레로 칠 년을 땅속에 있다가 나와 며칠 동안 살며  자기 종족 번식을 하기 위해, 어딘가의 짝을 찾아 운다. 그것은 우는 것이 아니라 구애의 소리며 사랑의 세레나데다. 더 크고 힘차게 이렇게 장마 폭우 중에도 짝없는 매미는 빗소리에 지워져도 줄기차게 운다. 한여름은 매미가 울어 한여름이고 무더위이다. 시인은 그런 매미를 벙어리 매미라 불렀다. 역설적인 표현이 시 제목부터 꽂힌다. 아니 매미가 울지 못하다니…. 저런 그러나 그 매미는 전생에 임금 앞에서 연주하던 악사며 배소를 부는 장인이었다. 그 배소 부는 이, 화자가 여자인가 보다. 임금을 위해 연주하여야 하는 악인이 한 남자를 사모하여 분 것이 발각되어 쫓겨나 있는 것이다. 그 형벌은 나팔꽃을 줄기차게 피워 보지만 소리를 내지 못하는 꽃과 커다란 트럼펫의 방이 하늘로 들려 있지 않은 에인절트럼펫으로까지 간다. 이제 그 악사는 슬퍼도 기뻐도 소리를 내 울지 못하는 벙어리 매미이다.

  아마 살기 위해 그리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던 그 연주를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연주한다면 그 음악은, 노래는 슬픈 음악이 될 것이다. 혼자의 독주가 아니라 교향악이라 했으니 여름날 한창의 절창들이 상상될 것이다.

대중 앞에서 잘도 웃지만 살기 위해 비위를 맞추지만 아무도 모르게 울기도 하는 이 시대의 가장과 살고자 몸부림치는 아픈 이들이 겹친다. 말 못 하는 매미가 애꿎은 귀, 들리지 않는 귀가 미워 아프도록, 밤새도록 피가 나도록 파고 있다는 것이다.

공원 바닥에 죽어 떨어져 바싹 마른 악공의 몸에 발길질하지 마시라 

                                 

- 심우기 (시인, 전 가천대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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