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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기후위기, 전염병, 식량위기, 삼각파도가 눈앞에 다가왔다
안성용 (공동대표)  |  view : 664

시베리아 10만년 만의 기온 변화

얼마 전 우리는 뉴스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 중 하나인 북극권 근처 시베리아의 한 작은 마을 베르호얀스크 (Verkhoyansk)의 기온이 올해 6월 20일 무려 38°C를 기록한 것이다.

알래스카 페어 뱅크스보다 북쪽에 위치한 베르호얀스크에서 기록된 온도는 지금까지 관찰된 가장 높은 온도이다. 이 마을의 올해 6월 평균 온도는 20°C인데, 온도가 5월 평균 기온보다 10°C가 높아 1979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운 5월이었다고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는 밝혔다. 이 단체의 한 과학자는, “이 지역의 기온은 5월만 높았던 것이 아니라 겨울과 봄 전체 동안 평균보다 높았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록에 대해 CBS 뉴스의 기상학자 겸 기후전문가인 제프 베라델리(Jeff Berardelli)는 북극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학자 마르틴 스텐델(Martin Stendel)은 이번에 기록한 온도는 만약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라면 10만년에 한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베라델리는 1월과 5월 사이 시베리아의 평균 온도가 현재처럼 탄소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 모델이 지금 이 지역에서 나타난 것과 일치한다고 하며, "화석 연료 연소와 반복 피드백으로 인한 온실가스 열 포획으로 인해 북극은 지구 평균 속도의 두 배 이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고 베르호얀스크 지역의 수치 분석에서 설명했다. 또한 "이 현상은 북극 증폭 (Arctic Amplification)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로 인해 급격한 온난화로 인해 북극 얼음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최근 시베리아와 북극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일이 나타난 것은, 인간이 야기한 기후 변화의 큰 추세를 나타내는 신호이다.


한중일의 비 피해  북극, 시베리아 '이상 고온' 여파

올여름 장마가 예년보다 길게 이어지며 많은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역대 최장기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장마비는 국지적인 집중호우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한국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최근 10년간 호우 일수는 30% 증가했고, 시간당 30mm 이상 쏟아지는 폭우는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지구온난화의 '나비 효과', '파생 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비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재해 대비가 잘되어있다고 알려진 일본에서도 7월 초 규슈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내려 70여명이 사망했다. 중국은 남부지역에서 두 달째 이어지는 홍수로 수재민이 55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한·중·일 폭우는 북극과 동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과 연관이 깊다.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올라가 일종의 '반사경' 역할을 했던 빙하와 눈이 녹아 땅이 드러나 햇빛을 받아들이는 '흡수판'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더운 공기가 쌓이면서 공기가 정체돼(블로킹 현상이라 함)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던 찬 기류가 남북으로 움직이며 한국, 중국, 일본으로 밀려온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나비 효과처럼 북극과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비를 붓는 파생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한평생 살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2007-2008년 국제 식량위기와 아랍의 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식량 가격의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식품가격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쌀, 밀, 옥수수, 콩, 유제품, 설탕, 육류 등 주요 식품의 도매가격을 합산해서 지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는 식량 위기가 일어났던 2007년과 2008년에 200포인트를 상회했었다.

2010년 11월 17일 발표한 FAO의 ‘식량 전망 보고서’에서 곧 200포인트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당시 FAO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주요 곡물 생산국들의 작황 부진을 꼽았었다.

하지만 공급 부족의 원인은 가뭄과 홍수에 따른 작황 부진 외에도, 기온 상승에 따른 식물의 성장 부진, 연료 생산을 위한 식물재배지 증가, 농지를 산업 및 도시 용도로 전환하는 것 등이다. 문제를 악화시킨 또 다른 요인은 국제 투자자들이 식량에 투자하여 가격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해 생산이 부진하자 러시아가 밀을 비롯한 곡물 수출을 금지했고, 우크라이나도 밀과 옥수수, 보리의 수출 할당량을 제한하고 나섰다. 이런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공급 부족이 악화되고 식량 가격이 올랐다. 이처럼 식량 가격이 올라가면 저소득 국가들의 어려움은 심화된다.

당시 압둘레자 아바시안 FAO 수석경제학자는 “현재 식량 가격은 지난 해에 비해 40%에서 60% 높은 상황”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80여개 저소득국가들은 이 같은 높은 가격으로 국제 시장에서 식량을 계속 구매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2008년 식량위기가 일어났을 때 아프리카 국가들과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아이티 등 30여개 국에서 식품 가격이 급등해서 폭동이 일어났었다.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부터 2년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들을 일컫는데, 이 가운데 튀니지, 이집트, 예멘 등에서는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배경으로는 독재, 인권 침해, 정부의 부패, 경제 침체, 실업 등 많은 요인이 거론되지만, 곡물 가격 급등과 세계적인 기근이 주요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즉 2010년 말 상황은 위에서 본대로 2007-2008 세계 식량 위기 수준에 버금갈 정도였다는 사실이 작용한 것이다.


기후위기, 식량위기, 전염병 창궐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의 밥상 음식이 이미 달라지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온이 오르면 벼를 포함해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구황식물’과 김치 재료인 고추, 배추의 생산이 줄어들고, 김과 미역 등 연안 해조류 양식이 어려워진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의 ‘농업과 수산업’ 부분을 보면 명확하다.

지금은 밥상 음식이 달라지는 정도지만 앞으로는 더 비관적일 것이란 전망이 대세이다. 이미 각국 간에 이른바 ‘식량 안보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저개발국,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은 자국 정부가 식량에 대한 수입 비율이 높기 때문에 식량 가격 상승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빈곤층은 식량위기 시 바로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식량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나라에서의 불평등 및 세계 각국 간의 구조적 불평등이 기후위기로 인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경험하였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전염병의 창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기후위기가 맞물리면 그 결과는 기존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한편 한국은 알다시피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은 나라이고 농어민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최하이고, 전 국토를 난개발하고 있는 사회이다.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 기후위기, 전염병, 식량위기 등에 대한 각각의 즉자적인 대응이 아니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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