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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후농부가 되자!
백혜숙  |  view : 728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백혜숙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17년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6년 6억 9,257만 톤에서 1,657만 톤(2.4%↑) 증가한 7억 914만 톤CO2eq(메탄, 아산화질소, 불소가스 등의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배출량 단위)이라고 발표했다.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비중은 에너지 86.8%, 산업공정 7.9%, 농업 2.9%, 폐기물 2.4% 순이다. 생산단위의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측정하는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2016년 기준으로 총배출량의 3.1%를 차지한다.


덴마크 등 유럽에서는 토지 이용, 모든 먹거리의 생산 과정, 해외 수입 농축산물까지 포함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한다. 그러므로 덴마크는 17%, 독일 6%, 영국 7%이다. 전 세계의 평균은 14%로 알려졌지만, 농림업과 토지 이용 부문을 포함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농산물의 운송 중에 발생하는 부분까지 합하면 농업부문이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서유럽의 국가들은 생태국가의 환경적 가치와 복지국가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발전하고 있다.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를 결합하여 높은 수준의 복지와 생태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생태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신(新)기후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다. 탄소 중립(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여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일)을 목표로 삼았다.


주요 내용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50~55%로 상향, 탄소 배출권 거래제 확대, 탄소 국경세(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세금 부과) 도입, 생물 다양성과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 전략으로 구성돼 있다. ‘식품 시스템 전략’은 농업이 EU의 탄소 중립 목표에 발맞춰 나가도록 하는 것이며, 무너진 자연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 전략의 구체적인 목표는 2030년까지 농지의 25%를 유기농업화 하고, 농지의 10%는 생물 다양성이 높은 환경이 되도록 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농약 사용 50% 감량, 비료 사용 20% 감축, 축산 및 어류 용 항균제 판매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지방정부의 협력과 다짐을 선언하는 ‘탄소 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발족식’을 개최하는가 하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인 ‘탈 탄소 사회’로의 전환이란 흐름과 함께 하고 있다.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농업·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있다.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톤당 1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저탄소 인증 농산물 사업도 있다. 저탄소 인증 농산물은 비료와 작물보호제 사용량 감축, 풋거름 작물 재배, 메탄 저감 등 저탄소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저감한 농산물이다. 농축산식품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을 확대하여 농민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함으로써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저탄소 인증 농산물 품목을 늘려나가게 독려하는 한편, 유통 연계 지원책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한다.


탄소 시장은 탄소 배출량을 정해 놓고 이 배출량을 초과하면 거래권을 사야 하는 네거티브 시장이다. 단속, 규제, 처벌 위주의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인센티브 방식이 사업의 성과를 올리는 데 유리하다. 농·산촌 봄철 불법 소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산림청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농·산촌 마을 공동체를 대상으로 자발적 서약과 자율적 실천을 유도하는 포지티브 방식이었다. 전국 2만2528개 마을이 참여한 결과, 봄철에 소각으로 인한 산불 발생률은 2016년 46%에서 2017년 35%, 2018년 30%, 2019년에는 24%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 사업도 인센티브 방식이다. 이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 제고와 농업생산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과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농업환경 개선이 시급한 지역(마을)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농업인과 주민들이 환경보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성과를 화폐 단위로 측정한 뒤, 이를 현금으로 보상하는 ‘사회적 성과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있다. 사회적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며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제공, 환경문제 해결, 생태계 문제 해결 등 4개 분야로 구분하여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성과를 측정한다. 인센티브 방식은 더 많은 사회적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기후변화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거나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기후농부가 되어 적극적인 기후경작을 해야 하는데, 도시에서 기후농부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도시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도시 숲과 가로수, 텃밭, 화단, 화분 등을 가꾸는 ‘커피퇴비농부’가 있다. 또 하나는 기존 화석연료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인 CO2 및 미세먼지 발생 억제에 기여(상수리나무에 비해 10배 수준, 61평 5,000본으로 약 2Ton 의 CO2 흡수가능)하고 단백질 함량이 쇠고기보다 높아 말 등의 고급 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케나프(양삼)텃밭농부’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으로 생두 12만 톤 정도를 수입하는데, 원두에서 커피를 0.2퍼센트(%) 내리면, 나머지 99.8%는 찌꺼기 형태로 남는다. 99.8%는 대부분 쓰레기로 태워버리거나 땅에 묻는데, 그대로 묻으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메탄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가로수 화단에 넣어주면 대기가 순화되고 도시유기물 순환으로 탄소배출도 저감된다.


커피찌꺼기는 질소와 인이 풍부해서 텃밭을 일구거나 화분에 식물을 키울 때 퇴비로 쓸 수 있다. 질소 성분이 약 2%이며 탄소와 질소 비율은 약 20:1로 식물 영양적 가치가 높고 중금속을 제거하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문식(鄭文植 · 환경보건학)교수팀은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폐수중 납 · 크롬 · 카드뮴 제거에 관한 연구’를 통해 커피찌꺼기가 중금속 제거효과를 규명했다. 중금속 제거 효과가 높은 이유는 커피 찌꺼기의 특수한 섬유구조표면에 중금속이 잘 흡착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각 구청마다 대부분 입점해 있는 커피전문점(사회적경제 주체가 운영)과 동네 커피전문점에서 배출되는 커피찌꺼기를 모아 텃밭(공원, 마을순환센터, 학교 등)이 있는 장소에서 2달 정도 발효시키면 훌륭한 식물영양제가 된다. 필자는 도시환경과 도농상생에 기여하는 도시농업 실천을 위하여 커피퇴비를 연구하고 서초여성가족플라자, 도봉구에 소재한 숲속애협동조합, 송파주부환경협의회, 강동구 퇴비공원 등에 널리 보급하였다.


숲속애협동조합은 커피전문점에 커피찌꺼기 수거통을 놓아두고 조합원들이 1주일에 3번씩 들러 모은 커피찌꺼기를 200리터 통에 모아 발효를 시킨 후 텃밭을 가꾸는데 활용하고, 마을축제와 마을장터에 나가 홍보하며 커피퇴비 나눔도 하였다. 서초여성가족플라자는 잠원동주민센터 자원봉사자분들과 함께 잠원역 가로수길에 커피퇴비를 주어 푸릇한 가로수길 가꾸기를 실천했다. 잠원역 주변에 사는 분들이 가로수에 식재된 남천을 보며 잎에 생기가 돌고 열매가 곱다며 비결을 물어보았을 정도로 커피퇴비 가로수길 가꾸기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연구와 실증단계를 거쳐 효과가 입증되었으므로 각 마을마다 ‘커피퇴비농부’를 본격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자. ‘커피퇴비농부’ 인프라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커피퇴비를 보내면 농촌농부는 커피퇴비로 농사지은 농산물을 다시 도시로 보내는 커피퇴비농산물 직거래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도시와 농촌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성과를 화폐 단위로 측정한 뒤 이를 현금으로 보상하는 ‘사회적 성과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결합되면 지속가능한 도농상생 공동체의 기반이 된다.

케나프는 기후와 토양에 대한 적응력이 좋고 재배 및 관리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도시에서 가꾸기에 적합하다. 소량의 물 이외에는 특별하게 신경 쓸 필요가 없고 파종에서 재배까지의 기간(약 3개월)이 매우 짧아 3모작도 가능하다. 줄기와 잎은 분말로 만들어 양질의 가축사료로 사용되며 줄기는 반려동물의 배변용 깔개, 해수의 기름 흡착재로도 활용한다고 한다.

케나프를 도시에서 가꾸면 도시의 CO2 및 미세먼지 생성을 저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에 의한 공기정화는 잎과 뿌리 부분의 미생물이 담당한다. 식물의 잎으로 들어온 물질은 광합성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흙으로 흡수된 오염물질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뿌리가 흡수하여 식물 성장, 음이온과 향기 발산 등에 사용된다. 식물 잎이 넓거나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에는 그만큼 공기정화 기능도 좋아진다. 왕성하게 자란다는 것은 흙 속 미생물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식물성장에 필요한 물질을 분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나프 작물 연구를 한 전북농업기술원, 농민단체와 도시공동체가 협력하여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포용적 그린뉴딜 프로젝트도 가능하다. 기후위기는 곧 식량위기라는 인식과 함께 모두가 기후농부가 되는 사회적 연대로 발전할 수 있다. 기후위기로 로컬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한 로컬그룹들과 기후농부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진화된 공동체를 만들어 바로 지금, 당장 실천하자! 최근 북한 술·물과 우리의 쌀·약품을 맞바꾸는 물물교환 형식의 남북 교류협력 ‘작은 교역’ 성사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 남북 공동 협력사업으로 DMZ 지역에 케나프를 재배하는 프로젝트도 생각해볼 수 있다. 파종 및 재배 등은 북한의 인력을 활용하고 그 수익은 나눌 수 있다. 또한 케나프는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식량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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