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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분야도 문화예술진흥정책이 필요하다.
박정인(법학박사)  |  view : 812

박 정 인(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단국대 지식재산권법,인권법 교수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문화재정 문화재지킴이지도사,셀수스협동조합 조합원,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이사)


2017년 1월 3일 오후8시 잠실 롯데콘서트홀은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후 첫 콘서트를 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조성진은 2015년 10월,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 콩쿠르 우승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피아니스트로 성장했으며 그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사람들을 피아노앞에 앉혀 숨죽이게 하는 나이가 당시 겨우 23살이라니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성진은 6세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며 2009년 11월 제7회 일본 하바마쓰 국제피아노 콩쿠르 우승 당시 콩쿠르 역사상 가장 어린나이의 우승자였다.

이 날 조성진은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 b장조 Op.1과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19번 c장조 D.958을 1부의 레퍼토리로 선택했고 2부는 쇼팽의 발라드 No1-4번을 레퍼토리로 선택했다.

이어 1월 4일에는 1부의 레퍼토리는 같지만 2부에서 24개의 전주곡(Preludes) Op.28을 연주한다.

1월 3일 공연의 앵콜은 첫 번째로 드뷔시의 clair de lune, 두 번째로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을 연주하였고 조성진은 이어 45분의 사인회를 가졌다.

2012년부터 조성진은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 우리는 이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예술인은 교류와 소통 및 숙련의 장소로 프랑스를 많이 택하고 있다.




이는 조성진이 서울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예술가가 되면 국내에 머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클래식은 문화예술진흥정책의 밖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은 부자들이고 사치스러운 예술 장르라는 TV 등에서 보여준 오래된 이미지로 인하여 항상 문화지원 밖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 중 하나로 음악을 인정하고 있고(법 제2조 제1항 제1호) 문화산업은 문화예술의 창작물 또는 문화예술 용품을 산업 수단에 의하여 기획, 제작, 공연, 전시,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법 제2조 제1항 제2호) 클래식은 실제 문화예술시책에서도 문화산업시책 마련의 대상에서도 아예 논외로 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연계의 제작지원 사업인 방방곡곡 사업에서 클래식 공모지원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며, 다른 분야는 계약서의 모델이 되는 표준계약서 논의가 활발하여 시장의 지배력으로 오는 일방적 지위 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의 대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아티스트와 공연제작자, 극장과 투자자, 소비자와의 약관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산업계가 가져다 쓸 수 있는 표준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아 각자도생하여 왔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 진흥에 관한 시책을 강구하고, 국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권장,보호,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적극 마련해야 하며(법 제3조 제1항) 이 시책을 마련하면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청취하게 되어 있지만 클래식계는 대표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단체 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그동안 문화예술 진흥에 관한 시책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였다. 그에 따라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신청, 활용하지도 못하였다.  

클래식은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보편적인 문화예술 음악장르이며 오랜시간 연주자와 가창자가 높은 숙련도가 요구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존중받고 이에 맞는 장기적인 교육과 유통지원 시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클래식 친화력을 높이기 위한 청중 저변의 확대를 위한 음악평론가 양성 및 연주자 양성과 지원 등 모든 고전음악에 관한 문제를 문화재단과 부자들의 사치로 여기고 안정적인 공급에 대해 국가가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연습실 부족과 음악평론인들과의 교류 및 전문적인 계약 지원, 다양한 비평의 목마름 등 예술가가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인정받지 못한 우리나라는 훌륭한 음악가들을 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스스로 국적을 바꾸고 국내 에이전시가 아닌 해외 에이전시 소속으로 국내에서 연주하여야 했다. 

클래식 공연은 수많은 사람의 인적 노무를 담보하기 때문에 계약의 완벽한 이행이 되는 부분은 기적에 오히려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나 극장과 재단에 상대적으로 열위적 지위에 있는 공연제작자는 공연계의 위험분산장치인 표준계약서, 보험, 공연제작자 단체와 같은 최소한의 장치도 없이 계약의 교섭에 나서왔다. 특히 해당 업계가 좁은 관계로 신뢰나 호감으로 공연제작자들 대부분은 스스로 그러한 위험을 개인적으로 감당하여 왔다. 

이는 다양한 클래식 공연, 친화력 높은 많은 클래식 공연이 쏟아지기 어려운 환경을 가져왔다. 그러므로 이러한 국가의 불개입은 장기적으로 클래식 분야의 생산성과 수요를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과 정책이 선도하고 업계가 스스로 안전장치를 모색하는 노력이 공존하여 클래식 공연이 일상으로 들어올 수 있고 훌륭한 아티스트를 국내에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는 토양과 질서를 정착시켜야 한다. 

한류는 드라마와 K-pop으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매니지먼트 회사와 에이전시들을피아니스트 김선욱씨의 소속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같은 훌륭한 매니지먼트 회사로 만들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기량 높은 한국인 연주자들은 조국을 등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국적이 한국인인 세계적 예술가를 많이 보유한 진정한 한류로 거듭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클래식 분야 예술인지원체계를 검토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17년 조성진 신드롬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그저 한국의 행운에 불과하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고 언어보다도 더 강력한 연대감을 준다. 

그 음악의 장르가 대중음악이든 클래식이든 국가는 클래식은 부자들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버리고 공연산업의 국제적 수출을 위한 법적 지원체계와 프로그램 보편화, 다양한 예술분야의 수용정책 방향 등을 되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작곡가의 나라를 방문하는 일은 꼭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는 일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많이 연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무대위에서나 집에서나 많이 연주하고 악보를 보면서 ‘이 사람이 말하려던게 뭐였을까. 이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이 음악을 만들었을까’ 생각하면서 많이 쳐보면 비로소 이해가 되는거 같거든요. 제가 말한 이 방법이 틀릴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연주자마다 이해하는게 다르고 해석하고 표현하는게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도 연주자들의 음악을 비교하면서 들을 수 있고, 더 좋아하는 걸 찾으면서 들을 수 있는 것이고요”-조성진-



2017년 1월 4일, 조성진은 쇼팽도 살아생전 한번에 전곡을 연주하지 않았던 프렐류드 24곡을 한 호흡으로 연주하였다. 이러한 세계적인 도전은 수많은 음악평론의 관심을 받고 음악영재들이 다양한 해석 속에 공부하는 시간이 되어야 마땅하다. 조성진의 한 호흡안에 캐릭터나 컬러를 바꾸는 24색의 쇼팽의 프렐류드를 들으며 향후 제2의 조성진, 제3의 조성진이 나오기 위하여 우리가 미래를 위한 적절한 정책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는지 생각했던 것은 과연 나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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