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위례시민연대

활동마당

세부내용 목록
강동 송파에서 공유경제를 만들 수 있을까?
안성용 (공동대표)  |  view : 988

공유경제


2011년 타임(TIME)은 세상을 바꿀 10개의 아이디어 중 하나로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꼽았다. 공유경제는 언론에서 혁신적 비즈니스 군(群)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경제주체가 가진 물건, 정보, 공간, 서비스 등의 자원을 다른 경제주체와 공유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방식으로 전 세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 사회와 정부도 이를 ‘신 산업군’으로 이해하고 바쁜 행보를 하고 있다. 한국의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상황을 진단하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정부도 공유경제 세계 시장 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약 385조 8195억 원로 전망하면서, 세계적 트렌드로 부상한 에어비앤비를 롤모델로 삼아 서비스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2019.1.29. ytn 인터뷰. 극동미래연구소 송덕진 소장)


“유럽연합은 공유 경제를 경제 발전의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발표했으며, 미국은 선도적인 위치에서 공유경제 발전을 적극 지원 보호한다는 정책이다. 중국은 공유경제를 국가 발전의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일본도 적극 보호하고 지원할 방법을 모색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공유경제 관련 국내외 규제현황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공유경제 활성화와 관련하여 2018년 3월말 기준 서울, 부산, 광주, 인천, 대구, 대전, 경기, 전북 등 8개 광역자치단체와 산하 4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마련하여 시행중에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의 법적 지원체계나 관련 법률은 아직까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뛰고 있으나 중앙정부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뒷짐 쥐고 있는 모양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공유경제 활성화는 주로 지역 내 공공부문의 공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원하는 등 해당 지자체에 한정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보다 폭넓은 지원과 법적 제도적 뒤받침을 해 나가야한다.” (2018.11.22. 제주의 소리. 이문호 전북대 전자공학부 초빙교수)


그런데 과연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 기업이고 그 모델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들은 수십조원의 기업 가치로 평가받으면서 스스로 ‘공유경제’라 칭하며 대안적 경제모델로 인정받길 기대한다. 이들은 금융자본의 엄청난 투자를 받아 스타트를 했고, 언론을 통해 막대한 도움을 받아 ‘공유’라는 호혜와 협력의 이미지를 통한 브랜드 전략으로 친근하게 사용자들에게 스며들었다. 이들의 성장 이후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공유경제라는 딱지를 붙여 홍보하는 것이 유행인 것이 현실이다.



공유경제라는 용어의 탄생


1984-5년을 즈음해 미국은 불황을 겪고 있었다. 실업률은 7%를 넘어섰고 해고자들이 속출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40대 소장 학자이던 하버드대 마틴 와이츠먼 교수는 1984년 ‘공유경제 : 불황을 정복하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 1985년 ‘공유경제’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케인즈 이후 최고의 아이디어”라며 찬사를 보냈다.


와이츠먼은 공유경제를 ‘The Share Economy’라고 표기했다. 공유라는 행위에 더 방점을 두는 ‘Sharing Economy’와는 뉘앙스에 차이가 있었다. 이는 단지 뉘앙스만의 차이에 그치진 않는다. 와이츠먼은 불황 극복 방안의 하나로, 이미 있는 자원을 여러 명이 빌려 쓰거나 물물교환을 통해 소유하지 않고 공동으로 소비하는 공유경제를 제시했다. 그런데 동시에 ‘수익 공유’의 의미로도 사용했다. 당시 현실에서 개인은 전자에 기업은 후자에 주목하였다고 보인다.


전자는 대량생산과 소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생태환경을 지키려는 긍정적인 취지로 ‘소유’가 아닌 ‘공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방향의 활동들과 결합하여 개념이 확산되어 나갔다고 보인다. 한편 후자는 당시 ‘미국 경제를 위하여’ 즉 극심한 경기 침체와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수익 공유 시스템’ 제안으로 표현되었다. 기업 수익 규모에 따라 노동자들의 급여가 달라지는 탄력적인 임금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골자였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고정 급료를 지급하는 대신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킬 때까지 노동 시간을 증가시켜 이익을 공유한다는 의미였다. 당시는 레이건노믹스 시대였고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이었음을 상기할 때, 이는 ‘기업에게 필요한 개념’으로 활용되었다고 보인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2002년께다. 에잔 맥카이 몬트리얼대 명예교수의 2002년 논문 ‘지적재산과 인터넷 : 공유의 공유’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GNU/리눅스(GNU는 "GNU's Not Unix!". 즉 GNU는 유닉스가 아니다! 의 재귀 약자이고, 리눅스는 컴퓨터 OS이다. 둘 모두 공개와 공유를 기본 정신으로 한다.)의 등장과 요하이 벤클러 교수의 2000년 초기 논문이 그에게 영감을 줬다. 그는 당시 논문에서 공유경제의 위력을 이렇게 묘사했다. “GNU/리눅스는 OS 시장에서 급속하게 일반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공유경제(The Share Economy)가 작동하고 있고 심지어 윈도 개발자보다 더 창의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에잔 맥카이는 공유경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Share Economy’와 ‘Sharing Economy’를 혼재해서 쓰기도 했다. 최근 논의되는 공유경제에 가장 가까운 사례를 제시하긴 했지만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다만 “교환경제와 공유경제는 품질이나 창의성, 비용과 관련해서 다른 특성을 갖고 있고 서로 다른 기능을 서로 다른 공중에게 제공하는 것 같다”고만 표현했다.


공유경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한 이는 2008년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 교수다.
그는 ‘상업 경제’(Commercial Economy)를 대척점에 세워두고 문화에 대한 접근이 가격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사회적 관계의 복잡한 조합에 의해 규정되는 경제 양식을 의미한다고 공유경제를 정의했다. 특히 위키피디아 사례를 근거로 들며 “금전적 보상에 따른 목적이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에 대한 기여로 작동한다”고 했다.


조금 쉽게 설명한 것이 있다. 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2018년 11월 산은조사월보에서 “레식은 재화와 서비스의 반대급부로 화폐가 교환되는 상업경제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화폐 대신 인간관계나 자기만족감이 교환의 매개가 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레식이 규정한 공유경제의 핵심 요소엔 비금전적 요인이 있다. 공유경제가 작동하는 데 있어 비금전적 요인은 이후 공유경제를 재정의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다. 레식 교수는 공유경제에 참여하게 되는 동인은 ‘나 혹은 너’의 ‘유익’이라고 강조하는데, 이것이 공유경제와 상업경제를 구분하는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가 아닌, 시장적 온디맨드(on-demand) 경제이다


레식의 정의에 따르면, 현재의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공유경제로 보기는 어렵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창업 초기 공유경제의 특성을 내재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가 탄생한 발상에 집이나 차량 등 소유한 재산을 공유함으로써 자원의 남용을 방지하고 사회적 관계를 나누는 목적이 들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지금까지 개인의 영역이던 서비스로 돈을 벌려고 작정한, 언제든 부를 수 있는(on-demand) 서비스가 되었을 뿐이다. 최근의 모습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서비스로 변화됐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동인이 주된 참여 동기가 됐고 소유한 재산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재산을 재임대하는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


미국은 이 기업들의 고향이다. 2008년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가 문을 열었고, 이듬해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영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철저히 미국식 벤처 창업과 운영 방식을 따르고 있다. 설립-투자 유치-독점적 지배 기업 지향-상장-이익 쉐어의 형태를 취한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새로운 컨셉의 비즈니스 모델’을 원하던 금융자본의 이해를 관철하기에 매우 좋은, ‘공유경제’라는 컨셉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던 것이다.


많은 우버 운전기사는 차량을 대여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으며 번 돈으로 차량 렌트비를 내고 있다. 심지어 우버는 이민자를 비롯해 당장 차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이 할부로 차를 사거나 렌터카 업체에서 장기로 차를 빌려 파트너로 나설 수 있게 보증을 서주고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차량이 급증하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에어비앤비도 다르지 않다. 최근 국내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오피스텔을 대량으로 임대해 빈방으로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부동산을 빌려 참여하는 사례들이다. 이들은 정식 숙박업소 등록을 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금을 탈루함으로써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이들의 참여 목적이다. 불법 부동산 임대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같은 참여자들을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현지 법을 지킬 것을 공지는 하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개해줄 뿐 특별한 제스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적법하게 낼 만큼 내고 있다”고 항변한다. 개별 호스트나 운전기사들에 대한 과세 여부는 나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우버의 사례


우버는 사람들이 차량을 공유하게 되면 거리에 차가 줄어 교통체증 문제해결과 생태적으로 더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막상 우버가 도입되자 상황은 반대가 되었다. 돈을 벌고자 몰려들면서 뉴욕의 차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고, 런던도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 런던에는 2만1000대인 블랙캡보다 우버 등록 차량이 2배 더 많다. 이들이 30% 더 싼 가격에 손님을 태우다보니 블랙캡 기사들의 수입은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앞서 잠깐 언급한대로 돈을 벌기 위해 빚을 내서 차량을 구입하거나, 대여하여 우버 파트너가 된 사람들은 각 나라마다 급증하였다. 그러다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남는 차를 나눠 탄다면 줄어들었어야 할 거리 위 차량의 수는 오히려 몇 배로 늘었다. 교통체증은 더욱 심해졌고 생태환경은 악화되었다. 또 차량소유자나 대여자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이에 따라 우버 파트너들의 실질 소득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우버 파트너들은 뉴욕의 롱아일랜드 지역 사무소 앞에 모여 우버가 우버X(누구나 자신의 차량을 등록해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서비스)의 기본 운임을 8달러에서 7달러로 15% 낮추기로 한 것에 항의했다. 우버는 파트너들의 수익 가운데 20~2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여기에 더해 파트너들은 8.875%를 주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


런던의 한 우버 파트너는 보험과 유지비 등을 빼면 한 주에 약 300파운드(44만 원)를 가져간다고 했다. 물론 수입은 일정치 않으며 그마저도 온종일 쉬지 않고 일해야 그 정도를 벌 수 있다. 그는 다른 직업을 구하기 힘든 이민자다. 일하는 시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한 번은 2주간 '영업'을 하지 않았더니 탑승 요청이 크게 줄어 수입이 반토막 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앱이 휴식을 취했다고 벌을 주었다"고 했다. 우버는 부인하지만 많은 파트너들이, 영업시간을 줄이면 더 적은 수의 탑승객만 연결되는 '벌칙 알고리즘'이 작동한다고 믿는다.


미국의 경우 2018년 우버파트너들이 벌어들이는 순수입(기름값, 보험료, 수수료와 차량유지비 등을 뺀)의 중간값은 시간당 8.55달러에 그쳤고, 절반이 넘는 54%는 그들이 영업하는 주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만을 벌고 있다. 게다가 임금노동자가 아닌 독립 계약자로 분류가 되면서 이들의 노동 조건은 언제든 마음대로 잘릴 수 있고 또 실제로도 그렇다.

인도에서는 차량구입으로 인한 빚과 소득감소로 인해 위기에 내몰린 우버 기사들의 자살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의 우버는 공유 경제가 아닌 '긱 경제(gig economy)'이자 '프리랜서 노동'이다.
'긱 경제'란, 고용주와 노동자가 서로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고용 계약을 맺는 걸 가리킨다.
미국에서 하룻밤 공연에 올릴 재즈 연주자를 찾아 계약을 맺은 데서 비롯되었는데, IT의 발달로 플랫폼 안에서 서로 필요한 일자리와 노동자를 찾아 계약을 맺고 비용을 치르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우버도 플랫폼을 사이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계약을 맺어 일을 하고 비용을 치른다는 점에서 긱 경제이자 프리랜서 노동이다.


비슷한 모델로 배달 음식(식당)과 배달부를 연결하는 딜리버루(Deliveroo)가 있다. 딜리버루 플랫폼에 참여한 배달부들은 플랫폼이 연결해주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받아 주문한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특정 음식점에 고용돼있지 않은 것은 물론, 딜리버루와도 고용 계약을 맺지 않는다. 영국 런던에서 일하는 어느 딜리버루 배달부는 하루 5~6시간씩 일주일에 26시간을 일하고 150파운드(약 20만 원)를 번다. 배달을 한 번 할 때마다 3.5파운드(5천 원)를 버는 셈인데, 최저임금을 벌려면 하루 12시간은 일해야 한다. 보험도 없고 휴일수당도 없다. 다치더라도 치료비는커녕 유급병가도 쓸 수 없다. 그는 정규직 배달부로 일하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로 긱 경제에 뛰어들었다. 이런 일은 한국에서도 급속히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한 건 우버 플랫폼 참여자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의 대가나 필요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못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버가 플랫폼 참여자들의 노동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이면서도 그 수익을 파트너들과 나누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파트너'란 그럴 듯한 이름은 허울일 뿐이다. 지난 몇 년 사이 파트너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도 우버는 파트너들이 내야 할 수수료를 내리는 것이 아니고 계속 올려왔다. 10%대에서 시작한 수수료율은 20%를 거쳐 2016년 25%(신규 참여자)로 올랐다. 33%로 오를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최상위권인 애플·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아마존·페이스북은 모두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플랫폼 경제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이, 플랫폼 참여자들이 땀 흘려 만들어낸 부와 권리를 모조리 독점하는 건 옳지 않다. 플랫폼 경제는 네트워크를 선점한 쪽이 모든 걸 가져가는 ‘승자독식’ 시장이어서 소수 기업과 투자자에게 부와 사용자 데이터가 집중되고, 또 플랫폼 업체에 ‘고용’된 노동은 단기화·파편화하고 일자리의 질 저하와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만들어질 플랫폼 방식의 사업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런던 사례에서 보듯이 지금껏 별 탈 없던 전 세계 개인 택시사업자나 회사택시 노동자 수십 수백만 명의 일자리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편의를 노동자의 시선으로 보면 지나치게 낮은 임금과 노동조건의 악화는 필연적이고, 이는 사회의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새롭게 일할 기회를 얻은 이들도 있지만, 날이 갈수록 ‘노동자 모두가 더 희생하는 방식’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누리는 편익도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자금으로 버티며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쟁자들을 밀어내 시장을 독점하려는 전략’이며, 시장을 독점한 뒤에는 파트너들에게 기본요금을 낮추고 수수료를 올려 받듯 소비자들에게도 비용을 올릴 것은 불 보듯 확실하다.


정부는 택시를 비롯한 운송 사업을 '규제'한다. 경영자와 종사자의 자격을 점검하고, 공급이 너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조절한다. 또 요금도 함부로 올리지 못하게 관리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몇 년 전 박원순시장의 서울시가 우버의 영업을 금지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때 서울시는 우버를 공유경제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많은 나라에서 같은 이유로 우버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사회적 평판과 협력, 만족이라는 비금전적 요인을 얻기 위해 개인들이 참여하고 비가격 요인에 의해 추가 협력생산이 이뤄지는 리눅스나 위키피디아와 달리, 온디맨드 경제는 참여나 조직적 관리가 중앙집중적이며 가격 신호나 수익 창출의 시장적 요인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와이대 로스쿨의 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네트워크의 부’ 국내 번역본 서문에서 온디맨드 경제의 해악적 효과에 대해 “인터넷의 핵심적인 특성들을 뒤엎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인터넷을 권력 재집중을 위한 더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변모시키고 말았다”고 우려했다.


같은 관점에서 근본적인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사회학자 알렉산드리아 레이브넬은 “남는 소파나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를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은 아주 합리적인 자본주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러셀 벨크는 2014년 ‘웹2.0 시대의 공유경제 대 사이비 공유경제’라는 책에서 “공유경제에는 절대로 화폐 교환이 포함될 수 없다”며 “돈이 오가는 것은 실제 공유경제와 정반대의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수익을 내기 위해 수수료라는 화폐를 받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공유경제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것은 이제는 중지되어야 한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우버 방식’의 본질은 구제도의 낙후함을 비판하고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세련된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략으로 무장한 또 하나의 ‘독점적 대기업을 지향’하는 ‘상업주의적 모델’일 뿐이다.



한국에서의 우버


“우버 상장 초읽기···차량공유 업계 '들썩'” (아이뉴스24. 2019.04.12. 기사 전재)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 우버가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리프트에 이어 우버가 내달 미국 증시에 데뷔하면서 차량공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우버가 평가 받을 기업가치는 향후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우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버는 오는 29일부터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내달 뉴욕 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우버는 세계 70여개국에서 카풀·택시호출·자전거 대여·음식 배달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의 우버'라는 수식어가 많이 쓰일정도로 차량공유 서비스의 대명사가 됐다.
이번에 우버가 공개한 실적을 보면 지난해 112억7천만달러(약 12조8천500억원) 매출을 거뒀다. 이는 2017년 대비 42% 증가한 수준이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매출의 약 80%를 차지했다.
우버 당기 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9억9천700만달러(약 1조1천370억원)로 집계돼 2017년 대비 흑자전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의 최대 주주는 소프트뱅크(16.3%)로, 벤치마크캐피털파트너스도 지분 11%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트래비스 칼라닉 창업주도 지분 8.6%를 갖고 있다. 구글도 5.2%를 보유 중이다.
월가는 우버의 기업가치를 1천억달러(약 114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초 1천200억달러까지 치솟는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지난달 상장한 리프트 주가 영향을 고려한 탓이다. 리프트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72달러)보다 약 18% 하락한 상황이다.
우버는 상장을 앞두고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제한된 서비스만 제공하던 한국에서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우버는 이달부터 고급택시에서 일반택시로 택시 호출 서비스를 확장했다. 카카오, SK텔레콤 등과 정면 승부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우버는 지난 2013년 카풀 서비스인 '우버엑스'를 한국에서 서비스하려 했지만 정부가 이를 막으면서 고급 택시 호출,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 이츠 등 제한된 서비스만 가동했다. 그러나 지난해 익스피디아 출신 손희석 모빌리티 총괄을 영입하면서 다시 서비스 확장을 꾀하고 있다. 우버 관계자는 "한국 규제를 준수한다"며 "우버택시 운영 확대로 한층 다양한 이동수단들을 제공하게 됐고, 발전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업계에선 우버가 택시호출부터 조심스럽게 접근한 후 카풀 등으로 영역을 확장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정은 시간에 제한을 두긴 했지만 유상 카풀을 허용하기로 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을 땐 무모한 감이 있었다"며 "이를 교훈 삼아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부분부터 완급조절을 하며 서비스 전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들과 정부


잘 알려진 대로 한국의 카카오가 우버X와 비슷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기존의 카카오택시 콜 서비스를 넘어서 ‘승용차’로 한 단계 나아갔다. 업체의 설명처럼 출퇴근길에 "나 홀로 운전자의 빈 좌석을 공유해서 같은 방향을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매칭해 주는 서비스"로 시작될 예정이다. 여기에 '경력 단절 여성'이나 '하루 몇 시간만 일하려는 이들'에게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과 ‘택시 잡기 어려운데 싸서 좋다’는 ‘소비자의 욕구’를 언론은 강조한다.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의 택시 산업은 언론을 통해 악당들로 그려졌고, 여론은 이들을 응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회사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와 노동조건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택시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로 일한다. 이들이 하루 중 집안일을 하고 가족을 돌보며 여가를 보내는 시간은 채 3시간이 되지 않는다. 한주에 70여시간, 한달 26일을 일하고 손에 쥐는 수입은 200만원 남짓이다. 기본급은 68만원이다.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회사택시 기사는 전국에 10만8천명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노동시간이 휴일 포함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되지만 5개 특례업종 중 하나인 택시업은 예외다. 소득과 시간은 사람의 균형 잡힌 삶을 위한 두 축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외면한다. 택시업체나 개인택시들이 언론에 광고를 하지는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는 말이 진실일 것이다. 그러나 혁신을 앞세운 대기업들은 이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언론은 ‘혁신이 중요하다’고 떠든다.
‘카카오’와 ‘타다’의 변형된 택시산업으로의 진출은 연속되는 분신투쟁과 집회 시위 등 택시노동자들과 개인택시들의 강력한 반발을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우려대로 빗장이 풀리면 우리도 다른 나라 못지않은 극심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쪽은 이쯤에서 멈추려 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규제를 완화하라 요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면 연간 수천억 원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를 그대로 실은 것으로 밝혀졌다. 위에서 본대로 카카오의 진출은 우버에 대응하고자 하는 자본의 논리라는 점에서 중지되지 않을 것이다.


규제는 기업의 돈벌이를 보장하기보다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동력이 꺾일 것”이라는 논리로 언론은 계속 떠든다.
한국 정부는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부담으로 ‘기업들이 원하는 규제 완화’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끌려가는 모양새다. 정부가 자기만의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경제 성장인지 호황인지를’ 물어야 한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의 질이 어떤지를 살펴봐야 한다. 오바마정부 때 만들어진 일자리의 94%가 '단기 저임금 일자리'였다. 적어도 미국에서의 호황은 기업들을 위한 호황일 뿐 노동자를 위한 호황은 아니다.


작년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한 목소리로 공유 경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선 ‘공유경제’의 정의 자체가 문제가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가 싱크탱크’로서 기획재정부의 거시정책을 수립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6년 보고서에서 공유경제를 “특정 서비스의 수요자와 해당 서비스를 창출하는 유휴자산을 보유한 공급자 간의 시장거래를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이 중개하는 경제”라고 정의했다.
‘플랫폼 기업’을 공유경제의 근간으로 놓으면서 KDI의 보고서 방향은 좁아졌다. 공유경제 기업의 매출은 수수료이고, 비교대상은 대여업이 됐다. 가장 큰 수익은 기존 사업체들이 그간 만들어 놓은 각종 규제에서부터 자유로운 플랫폼 기업들이 규제 우회를 통해 걷어 들이는 ‘규제 차익’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게 차량 공유 플랫폼들이다. 개인택시로 좁혀서 보면, 서울의 경우 2018년 가을 기준으로 8000만~9000만원인 번호판 값은 물론이고 2년 이상의 영업용 차량 운행 경력을 쌓기 위한 시간과 돈을 ‘우회’하면서 이들 공유경제 기업들이 차익을 얻는 셈이다. 기존 택시 업계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때의 ‘공유경제’도 결국 KDI의 정의와 같다. 에어비앤비의 한국 내 영업의 걸림돌이었던 내국인 대상 도시민박업 허용, 카셰어링 활성화 등의 내용이다. 언론 대부분은 여전히 규제를 더 풀라고 요구한다. 공유경제가 ICT 플랫폼을 갖춘 기업들의 수익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공유경제’의 앞길을 가로막는 일은 이들에게는 악당이 된다.


한국에서는 공유경제와 상업적 사업의 구분에 대한 논쟁 자체도 드물다.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맞춰주는 상황이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기업이나 정부입장에 상당부분 포섭되어 있고 다른 목소리는 매우 작은 현실이다.


산은기술리서치센터 보고서는 “카셰어링이라고 불리는 공유경제 자동차 임대업의 경우 SK가 2대 주주인 쏘카와 롯데렌탈의 자회사인 그린카가 실질적으로 시장을 양분해 대기업 위주의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공유오피스 사업모델 역시 1990년대부터 제공되던 비즈니스 센터와 근본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타다’는 쏘카가 인수한 업체이다.


이렇게 규제차익을 확보하려는 것, 독과점 지배력을 갖고자 하는 것이 기업들이다.
근래 유명한 어구가 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도 공유경제라는 수식어가 불러온 산업적 문제의 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우버 등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들은 그간 기업이 부담해왔던 각종 위험요소를 외주화해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다른 경제 분야와 충돌하고 있다”. 이 말은 2019년의 한국을 설명한 것 같지만 요하이 벤클러 교수가 2015년 주장한 내용이다.
2008년 이후 성장하는 ‘공유경제’라는 미명의 이면에서 이 업태의 경험을 활용하여, 한국에서는 기존의 독점적 대기업들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기존 하청-재하청 방식과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비정규직화를 넘어서, IT, ICT라는 ‘툴(TOOL)'을 활용하여 우리 사회를 더욱 옥죄고 있는 현실을 보아야 한다. 이것이 중요하다.
‘위험의 외주화’는 기업들이 ‘자기들의 위험(경영에 관한 모든 리스크)을 다른 단위(다른 기업, 노동자, 정부 등)에게 ’제도화‘하여 떠넘긴다’는 뜻이다. 이 일에 고위 관료, 정치권, 언론계, 학계, 법조계 등이 적극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다.



공유경제 기업을 위한 조건은 ‘사회적 동기’이다


공유경제는 탈자본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공유재’(commons) 모델을 디지털 시대에 확대 적용함으로써 만들고 키워온 개념이기 때문이다. 공유재 모델은 자본주의 이전에 공동체의 자원관리를 책임지던 규율이었다. 인클로저에 의해 공유재의 전통이 붕괴되고 자본주의적 관리 방식으로 대체되면서 공동체에 의한 공유재 문화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었다.


그래서 공유경제 기업으로 분류되기 위해서 플랫폼은 기존 자유시장의 논리처럼 가격적 신호를 매개로 자원을 조직하고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의 사회적 동기가 유발될 수 있는 다양한 시그널을 발송함으로써 참여를 이뤄내야 한다.


아울러 호주 노동당의 공유경제 활성화 6가지 조건에 포함돼 있듯, 참여자가 소유한 재산을 공유의 대상으로 제공해야 하고 소득이 발생하면 반드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공유경제 기업은 리눅스와 위키피디아가 증명해온 것처럼 기존 시장 중심 기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때에만 지속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호주 노동당이 발표한 6가지 조건. 호주 사회는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몸살을 앓았었고, 이에 따라 야당인 노동당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이다)
1. 공유하려는 주된 자산은 본인의 소유여야 한다
2. 새로운 서비스는 좋은 급료와 노동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3. 모든 이들은 공정한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
4. 공공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
5. 모두에게 접근권이 열려있어야 한다
6. 규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이런 흐름에서 몇 갈래 대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플랫폼 노동자에게 임금 노동자 지위를 부여해 최대한 기존 노동법의 틀 안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연금을 포함한 각종 사회보장 서비스의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인 편인데 이는 즉자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는 정책으로 판단된다. 다른 한편으론 플랫폼 자체를 좀 더 사회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 ‘자본이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사람이 자본을 고용한다’는 협동조합의 정신을 플랫폼 경제에서 되살려보려는 노력이다.


협동조합의 원리와 가치를 디지털 경제에 접목하려는 노력은 ‘플랫폼 협동조합운동’(Platform Cooperativism)을 통해 퍼지고 있다. 플랫폼을 구성하는 참여자들, 즉 플랫폼 개발자, 서비스 제공자, 이용자, 노동조합, 지역사회가 주인이 되어 플랫폼 운영방향을 함께 결정하고 수익을 공정하게 공유하자는 사회운동이다. 2015년 미국 뉴욕 뉴스쿨의 트레버 숄츠 교수가 제안한 뒤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숄츠 교수는 2016년 펴낸 책 <우버의 저임금 노동자는 어떻게 디지털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나>에서 차량 공유, 숙박, 일자리 중개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세계적 플랫폼 기업을 두고, “우리가 꿈꾸던 공유경제가 아니라 부스러기를 공유하는 ‘약탈적’ 주문형(On-demand) 경제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0년이나 30년 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사라지고 많은 일이 ‘우버화’(uberized)된 걸 깨닫게 될 때 왜 진작 이런 변화에 강력히 저항하지 못했는지 후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정적 일자리와 최소한의 임금, 건강보험 같은 것들은 소유 등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일을 재조직하지 않으면 지켜낼 수 없으며, 협동조합 플랫폼이 그런 틀이 될 수 있다는 게 숄츠 교수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공정한 임금 지급, 운영 과정의 투명한 공개, 결정 과정에 조합원 참여 등 플랫폼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원리 10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약탈적 공유경제는 가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2019-04-10.)


※ 트레버 숄츠의 플랫폼 협동조합 10대 원칙(요약)
1.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이 플랫폼을 소유한다.
2. 적정한 급료를 안정적으로 지급한다.
3. 운영과 데이터 관리를 투명하게 한다.
4. 일하는 사람과 소통을 강화한다.
5. 결정 과정에 참여시킨다.
6. 법률적 보호를 제공한다.
7. 이동이 잦은 노동자에게도 사회보장을 제공한다.
8. 자의적 노동자 처우를 금지한다.
9. 과도한 노동 감시를 지양한다.
10. 쉴 권리를 보장한다.



사회적경제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경제적 불평등이나 환경오염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존 시장경제와 달리 사람과 분배,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점이 특징이다.


사회적 경제는 1800년대 초 유럽과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1920년대에 농민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시작되었으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발전했다. 당시 높은 실업률과 고용 불안정, 빈부 격차 심화 등의 문제로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7년과 2012년에 각각 「사회적 기업 육성법」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사회적 경제의 목적은 소수의 개인이 아닌 공동체 보편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윤 추구보다는 구성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자본이 아닌 노동 중심으로 수익을 배분한다. 또한, 의사결정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중시하고 조직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특징도 있다. 대개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경제활동이 지역 사회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적 경제 활동의 형태


공정무역(Fair Trade) : 생산자들이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동조건이나 가격, 환경보호 등의 여러 측면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하는 국제무역이다.


사회적 기업 :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생산이나 판매, 서비스 등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이나 조직을 말한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형태 등이 해당한다.


지역화폐 : 특정 지역의 공동체에서만 쓰이는 화폐다. 지역교환 거래체계(Local Exchange Trading Systems)의 약자로 흔히 레츠(LETS)라 부른다. 품앗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공동체 회원들은 지역화폐를 통해 해당 지역 내에서 노동과 물건을 거래할 수 있다.


마을기업 : 마을 공동체에 기반을 둔 기업 활동이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과 유사하며 대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를 다룬다.



공동체가 플랫폼을 소유했을 때


그간 우리는 사회적 경제 관련하여 많은 시도를 했고 성과와 함께 실패를 경험했다. 그것은 대부분 오프라인 네트워크 중심의 경험이었다.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탈자본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사회적 동기’를 경제활동에서 주동력으로 삼으려는 대안의 하나로 '플랫폼 협동주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약 200년의 역사를 가진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운동의 경험으로부터 디지털 경제 시대에 능동적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 단순화하면 ‘우버 플랫폼을 우버 파트너들이 소유하고,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지역민들이 소유하는 것’이다. ‘기존 플랫폼 기업의 심장에 자리한 자본을 떼어내고 이 자리에 협동조합을 넣는 것’이다.


몇 가지 플랫폼 협동조합 사례를 보자.
스마트(SMart)는 프리랜서들이 위험을 나누고자 만든 플랫폼이다. 조합원들이 업체로부터 일을 맡게 되면 스마트가 나서서 조합원의 권리를 지켜준다. 가령 일이 끝난 뒤 제때 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성추행과 같은 부당한 대우에 맞서도록 돕는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9년 만에 유럽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며 수만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노동조합보다 낫다"고 말한다. 미국에선 전체 노동인구의 3분에 1에 달하는 약 6500만 명이 프리랜서지만 이들을 대변하는 조직은 아직 없다. 한국도 매우 미약하다.

업앤고(UP&GO)는 미국에서 이주 여성들이 만든 가사 도우미 플랫폼 협동조합이다.
집 청소, 아기 돌봄, 애완동물 돌봄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앱 플랫폼이다. 미국 뉴욕시의 청소노동자 협동조합 세 곳이 함께 사용하려고 개발해 2017년 5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태스크래빗 등 일반 홈서비스 플랫폼이 노동자 수입의 약 20~50%를 수수료로 떼는 데 반해, 업앤고는 5%만을 플랫폼 운영비로 쓰고 95%는 조합원의 몫이다. 노동자 인권을 고려해 개별적인 소비자 평가는 받지 않는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업앤고가 만들어진 뒤 다른 회사 노동자보다 시간당 4~5달러를 더 번다. 조합원이 요금을 결정하고 적은 수수료를 유지하는 운영의 민주성 덕택에 가능한 일이다. 노동자들은 출자를 늘려나가고 있으며, 플랫폼은 마케팅에 주력하고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에도 힘쓴다. 업앤고가 서비스 노동자의 플랫폼 협동조합으로 출범할 수 있었던 배경엔 지역 가난 퇴치 활동을 벌여온 로빈 후드 지역재단, 협동조합 설립 지원조직인 가족생활센터(CFL), 사회공헌기금을 내놓은 바클레이스은행 등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다.
마이데이터(MIDATA)는 정보 협동조합이다. 시민(조합원)들이 진료나 웨어러블 기기로 얻은 다양한 의료 정보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모아진 정보는 공익 목적으로만 쓸 수 있으며, 정보 제공으로 얻은 이익은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플랫폼 협동조합 ‘페어몬도’도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같은 거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의 대안으로 2012년 독일에서 설립됐다. 공정무역 상품과 친환경 상품의 구매를 장려하고, 상품의 원산지와 공정, 노동조건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에 각각 구매자, 판매자, 직원으로 구성된 2천여명의 조합원이 있다. 베를린의 사회임팩트랩에서 태동해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자금과 조합원을 동시에 모집하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60만유로의 자본금을 확보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2014년에는 영국 지부를 개설하는 등 지역 협동조합의 연합회 방식으로 글로벌 플랫폼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1인당 최대 출자금액은 2500유로로 제한되며, 엄격한 1인 1표 원칙을 지키고 있다. 조합원에게 은행 거래 내용까지 세세히 공개하는 등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적극적이다. 또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의 배율이 7배를 넘지 못하도록 정하는 등 공정한 임금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이익은 4등분 해 조합원 배당, 공정무역 엔지오(NGO) 등 비영리단체 기부, 협동조합 재투자, 자원봉사 하는 조합원을 위한 포인트 배당에 사용한다.


그린택시쿱. 2015년 설립된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지역 최대 운전자 소유 택시 협동조합이다.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에 맞서기 위해 운전자 800여명이 2천달러씩 출자금을 내고 설립했다. 운전자 조합원 가운데는 이민자들이 많은데, 출신 국가가 37개 나라에 이른다. 자신의 차를 소유하고 회사와 풀타임 운전자 계약을 맺거나, 차가 없는 운전자는 다른 사람의 차를 빌려서 운영한다. 우버나 리프트 같은 회사와 경쟁하면서도 2016년 현재 덴버에서 3분의 1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의 사례들은 플랫폼이 대기업이 아닌 공동체의 것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일반적 현실


“공동 브랜드에서 ‘종합상사’까지…사회적경제에 부는 ‘유통 혁명’”
(한겨레사회문제연구원. 2019-01-23)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 공방을 두고 있는 이풀약초협동조합(이하 이풀)은 2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전국의 약초재배농가 15곳이 이풀의 조합원이다. 신제품은 채식을 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샤브샤브용 국물팩이다. 황기, 당귀, 구기자 등 조합원이 납품한 친환경 약초를 배합해 시원하면서도 건강한 국물이 우러나게 만들었다. 이번 제품 개발은 새로운 시도였다. 지난해 9월 시제품을 만든 뒤 지역 두레생협과 협업해 제품 개선 작업을 했다. 생협 조합원 30여명이 시제품을 먹어본 뒤 몇차례 모여 다양한 의견을 줬다.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천연 육수 만들기’란 제품명은 어울리지 않아요” “식구가 적은 집이 많은데 한 번에 쓰기엔 양이 많은 것 같아요”. 결국 제품명은 ‘다싯물 이풀채수(菜水)’로, 일회용 포장 용량은 35그램에서 25그램으로 줄었다. 가장 좋은 맛을 찾아 재료 배합 비율도 조정했다. 샤브샤브뿐 아니라 밥 지을 때도 넣는 등 피드백을 반영한 다양한 사용 방법을 포장에 추가했다. 문정희 이풀 사무국장은 “시제품보다 한결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이풀의 국물팩 제품 개발은 요즘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장애인이나 취약계층 고용 등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작고 영세한 기업이 많아 대형 유통업체들이 요구하는 납품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처음부터 판로 확보가 난관에 봉착한다. 별도의 사회적경제기업 전용 온라인쇼핑몰도 나왔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공간을 내준 대형마트의 사회적경제 매대는 한켠에 비켜나 있기 일쑤다. 시장개척은 사회적경제기업에 발등의 불이 됐다. 지난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은 지원이 필요한 분야로 ‘판로 확대’(21.6%)와 ‘홍보’(20.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제품과 유통 경쟁력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분명해지자,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시장개척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관통하는 열쇳말은 ‘연대’와 ‘협력’이다. 작은 기업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를 개발하고 유통의 힘을 키운다. 원재료 구매에서 제조, 판매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의 상하를 사회적경제기업들끼리 연결해 서로 돕는다. 이풀의 경우처럼 생협, 조합, 대기업 등이 사회적경제기업과 협력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품질과 디자인을 개선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대형마트 등 일반 유통망에서 살아남기를 시도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의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조달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 종합상사형 ‘소셜 벤더’의 등장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다양한 사회적경제기업과 거래하며 유통채널에 맞춤 공급하고, 시장개척과 제품개발 및 개선에도 관여하는 종합상사형 ‘소셜 벤더’의 등장이다. 과거 개발연대 시대에 종합상사는 중소기업의 수출업무를 대행하며 외국 바이어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도 요구하는 벤더였다. 경주의 경북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 대구의 무한상사가 대표적인 종합상사형 소셜 벤더인데, 성과가 좋자 여러 광역단체가 비슷한 조직 설립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경북사회적기업종합상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2015년 95개 사회적기업이 자본금 1억4천만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그동안 자재물류 전문대기업과 연계해 식자재 공동물류 사업을 펼쳤고, 대형자본의 골목상권 장악에 맞서 커피 공동브랜드를 개발했으며, 공정여행·행사대행 등 사회적기업 간 협력사업도 펼쳐왔다. 2016년에는 도시락을 제조하는 4개 사회적기업이 모여 도시락 용기의 품질과 디자인을 고급화하고 대량주문을 통해 단가를 낮췄다. 덕분에 인지도가 높아져 일부 업체는 지역의 공기업에 도시락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이원찬 경북사회적기업종합상사 상임이사는 “팔 수 있는 시장의 성격에 맞춰 원료 구매부터 제조, 판매까지 사회적경제기업 간 융복합을 통해 성장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에는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파는 ‘공감마켓 정’이 입점해 있다. 495㎡ 규모의 매장에 사회적경제기업 46곳의 제품 1천여개가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하지만 물건을 몇개 더 팔아주는 게 본래 이 매장의 주목적이 아니다. 어느 제품이 잘 팔리고 소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등 유통 데이터를 축적하고, 제조사에 피드백을 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개발하거나 품질을 높여가는 소셜 벤더 역할이 목표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함께 일하는 세상’의 이철종 대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체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건 매우 어려운 만큼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며 “소셜 벤더의 역할은 사회적경제를 (대형마트라는) 주류의 틀 안에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 생협이 훌륭한 협력 파트너 노릇도
협동조합 사이의 협력은 협동조합 7원칙 중 하나다. 협동조합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영역의 협력은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든다. 많은 소비자를 확보한 생협이 가장 좋은 협력 파트너다. 아이쿱생협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에 지속적으로 판로를 열어왔다. 휴지, 가방, 양말, 샴푸 등 생활용품부터 과자, 잼, 채소 등 입점 품목도 다양하다. 2012년 14억원이던 거래실적은 2017년에는 43억원으로 뛰었다. 상품 기획 단계부터 사회적경제기업과 함께 진행한 사례도 있다. 사회적기업 ‘동물의 집’은 아이쿱생협이 파는 무항생제 오리와 닭가슴살을 원재료로 차별화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어 아이쿱뿐 아니라 다른 생협에도 납품하고 있다. 2017년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는 두레생협, 행복중심생협과 협력해 25개 생협 매장에 사회적경제 상품을 입점시켜 5억5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화도에 있는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우리마을’도 협력의 덕을 톡톡히 봤다. 우리마을은 콩나물을 재배해서 풀무원 및 아이쿱, 두레생협 등에 납품한다. 우리마을은 2012년부터 매월 한차례 이상 방문하는 풀무원 연구진의 도움으로 콩나물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그 덕에 2012년 10억원이던 매출액은 2016년에는 21억9천만원까지 오른 뒤, 지난 2년간은 17억~18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마을 원장인 이대성 성공회 신부는 “콩나물이 웃자라 잔뿌리가 생기거나 짓무름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찾기 어려워 고생을 했다”며 “풀무원에서 재배수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이란 진단을 해줘 품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협력 통한 작은 성공사례 쌓아가야”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우선구매 규모만 1조원에 이르는 공공구매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젖줄이다. 종합상사나 소셜 벤더들은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구매상담 등을 수시로 주선하고 있다. 임영락 무한상사 국장은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가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생산 과정을 이해하더라도 그들 역시 가격과 품질 조건을 요구한다”며 이에 맞출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경제 판로지원 통합플랫폼인 ‘이-스토어(e-store) 36.5+’에서 공공조달 정보를 제공하는데, 올해 우선구매 실적관리시스템을 2차로 구축해 공공기관, 사회적경제기업별 세부 실적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진석 판로지원팀장은 “사회적기업 상품의 절반 이상이 돌봄, 문화, 공연 같은 무형의 서비스이지만 제품과 달리 이를 파는 쇼핑몰이 없다”며 “올해 이를 중개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공공구매 플랫폼 ‘세나비’(SENAVI)를 운영하며 사회적경제기업 제품과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많은 시도가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 11일 서울의 한 사회적경제기업 매장에는 디자인도 좋고 튼튼해 보이는 장지갑이 진열돼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10만원 가까운 이 지갑은 투명비닐로 포장돼 팔리고 있었다. 선물용으로는 가치가 떨어지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개선이 더디다고 한다. 연간 30만원인 유지비가 부담스러워 바코드를 부착하지 않은 채 출시되는 사회적경제 제품도 있다고 한다. 다양한 협업과 적절한 공공의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철종 ‘함께 일하는 세상’ 대표는 “사회적경제 제품의 유통에서 ‘착한 것’은 플러스알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공공의 지원을 통한 판로개척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지속되기 어렵다”고 강조하는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유통정보학)는 “사회적기업이 협동을 통해 자조 노력을 해야 한다”며 “협력은 실제는 무척 힘든 일이어서, 작더라도 협력의 성공사례를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과연 강동 송파에서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우리는 그동안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와 관련하여 많은 시도를 했고, 성과와 함께 한계와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했었고, 대부분 지역 내에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오프라인 네트워크 중심의 경험이었다.
이제 그간의 경험을 살리되, 보다 큰 발상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플랫폼 협동주의' 모델이다. 우리는 200년의 역사를 가진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운동의 경험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대해서도 이해 수준이 낮지 않다.


우리가 그간 실행했던 모델들은 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여러 사람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또는 일정 정도의 수익성을 확보하여 이를 보다 ‘공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은 한계와 실패를 넘어서 귀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정신은 유지하되 보다 새롭고, 확장성 있는 모델에 대해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자본들은 사회경제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속도로 사람들의 노동을 옥죄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가 또한 이에 동조하고 있다. 우리가 본질적으로 이에 대항하고 이런 체제를 극복하려는 정치사회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운동을 직업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다 나은 내일의 희망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내어, 우리 스스로의 삶을 재조직화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강동 송파의 인구는 110만명이다. 출발은 충분히 가능한 인구이다. 조금 확장하여 하남(25만), 성남(100만), 광진(36만), 강남(55만) 등 인접지역을 고려하면 326만명이다. 교통을 고려할 때 웬만한 광역 경제권으로 볼 수 있다. 더 크게 서울과 수도권 전역의 ‘인적 네트워크’를 고려할 수도 있다. 남한 전역과 북한을 고려할 수도 있다. 확장은 우리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혜를 모아 보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