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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5주년 기념사
김경호(송파평화의소녀상 시민모임 대표. 강남향린교회 목사)  |  view : 25

한국 정치에 있어서 처음으로 민이 주인이 되는 체제를 선포한 것이 바로 삼일절이다.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들도 일제시대가 기울어가는 막바지에 변절했다. 거의 모두가 변절자가 되어 생을 마무리했다. 우리 삶에 끝까지 의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축복인지 모른다. 아무리 잘했어도 마지막에 변절하면 친일파이고 변절자이다.

 

이광수는 3.1운동의 불씨가 된 2.8 동경유학생 독립선언을 주도했고, 2.8 독립선언서도 썼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천황의 신민이다. 내 자손도 천황의 신민으로 살 것이다. 이광수라는 씨명으로도 천황의 신민이 못 될 것이 아니다. 그러나 향산광랑이 조금 더 천황의 시민답다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윤치호는 독립협회 회장과 독립신문 사장을 지냈다. 그는 만민공동회, 신민회, 청년학생회 등에서 활동했다. 그는 “천황 폐하의 일시동인이라 하신 성의를 봉대하여 내선일체를 주장하시는 미나미 총독은 우리의 아버지라고, 우리 민족의 경애를 받고 계십니다. 미나미 총독이 총을 메고 나서라거든 총을 메고 나섭시다. 곡괭이를 메고 나서라거든 곡괭이를 메고 나섭시다. 일언이폐지하고 우리 반도 민중도 내지 동포(일본)와 같이 나라를 위하여 살고 나라를 위하여 죽자고 각오합시다.” 

 

최남선은 3.1 독립선언서를 작성했고 이광수와 더불어 조선 3대 천재로 불렸다. 소년 등의 잡지를 발행하고 신문화 운동, 조선어 사전 편찬을 기획했다. 그러나 말년에 변절하여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 보람있게 죽자. 오늘날 대동아인으로서 이 성전에 참가함은 대운 중에 대운임이 다시 의심 없다. 어떻게든지 참가하고야 마는 최고 명령을 받고 있다.” 

 

요즈음 건국전쟁이란 영화가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승만에 공과 과가 있고 역사적으로 이승만이 잘못 평가되었다면서 이승만을 영웅화하는 영화라고 한다. 누구나 다 사람이 살면서 공과 과는 공존한다. 심지어 이완용마저도 독립협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고 독립문을 세우는데 거액을 헌금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했는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이다. 이승만의 공과 과를 논하는 것 자체가 궤변이다.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그는 제주에서 4.3학살을 자행했고 수만명의 양민들을 학살한 대한민국 최고의 학살자다. 그의 독재와 부정선거로 인해 4.19혁명을 맞았고, 시민들을 총칼로 진압했다. 이런 자의 공을 논하는 것 자체가 파렴치한 역사 왜곡이다. 


오늘은 3.1절이다. 작년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살펴보려고 한다.

 

작년 104주년 3.1절 기념사는 역대 3.1절 기념사에는 유례가 없는 말들이 쏟아졌다. 우선 과거사 언급이 사라졌다. 일제의 아시아 점령과 착취, 징용과 군 위안부 등 식민지 전쟁 범죄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일본인을 포함, 아시아인들을 비극으로 밀어 넣었던 역사가 생략됐다. 3.1운동의 배경이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것을 대체한 언급이 있다. 그는 과거에 대해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라고 했다. 한마디로 우리가 무능해서 나라를 잃었다는 것이다. 강도 탓이 아니고, 피해자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요설이다. 이완용, 윤치호 등 민족을 판 반역자들의 변명이었고, 군국주의 침략을 합리화하는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을 추종하는 국내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또한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라고 언명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작년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연행’과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 고유 영토' 또는 '한국이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또한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한다. 사도 광산은 1천 5백 명 이상의 조선인이 강제동원된, 전쟁 범죄 현장이다. 

 

104주년 기념사의 기본 철학은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기초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국가의 출발로 보지만 뉴라이트는 건국을 1948년으로 본다. 친일 세력이 기반인 뉴라이트는 3.1운동과 임시정부를 건국으로 할 경우 자신들은 반국가 행위를 한 것이고, 1948년을 건국이라고 할 경우는 자신들의 친일행위가 그래도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행위가 된다. 반면 독립운동가들은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하늘에서 떨어진 나라가 아니다. 일제 강점에 맞서 싸운 선열들의 피로 회복한 나라다. 미래지향과 선린우호의 한일관계도 이런 역사의 공유가 전제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도발을 방치하고 한쪽 진영에 스스로 귀순하는 무지몽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매장하는 행위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나라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주인된 나라이다. 그것이 바로 삼일 정신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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