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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총선을 앞두고, 핀란드, 부탄, 영국엔 있지만 한국엔 없는 것
최지선(위례시민연대 회원, 미래당 송파구지역위원장)  |  view : 35

21대 총선이 두 달도 채 안 남았다. 4월 10일 뽑히는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의 입법기관이 되는 것은 아주 뜻깊은 일이다.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에 대해 ‘K-pop’, '2차대전 이후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사례'를 치켜세우는 한편, 자살률 1위의 가장 우울한 국가라며 탐구 대상으로도 보고 있다. 한국이 얼추 이룬 ‘반쪽짜리 선진국’을 어떻게 진정한 선진국으로 채워나갈지가 이번 총선의 의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핀란드, 부탄, 영국의 사례를 참고해 보면 어떨까.

 

한국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가 물질적 풍요와 효율성에 치중해 생명존중이나 자연환경, 안전, 정신 건강, 돌봄과 같은 가치들을 도외시한 데 기인한다. 또, 직업 간 보상격차가 커서 불평등과 경쟁이 심하고, 혁신과 성장동력을 잃어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충분치 않다. 지방소멸과 농촌문제, 기후위기, 전쟁위기, 주거와 자산 불평등과 같은 문제도 있다. 세계 유례없는 합계출산율 0.7이라는 숫자가 한국사회 다양한 문제들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국가와 경제성장, 사회통합과 친환경의 여러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핀란드의 사례를 살펴보자. 핀란드는 혹독한 러시아 식민지배와 2차 대전 패배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경제성장이 본격화되기 전에 복지국가의 방향을 선택하였다. 이후 러시아와 서방국가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하며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현재는 GDP 5만 6천 불의 복지국가이다(한국 3만 4천 불).

 

책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2018, 강충상 저)'에서 저자는 핀란드 성장-혁신의 바퀴가 멈추지 않는 원동력을 탄탄한 복지로 꼽는다. 또한 노사간 갈등을 조율하여 사회적 대타협에 성공했으며, 사회적포용•사회적자본•사회이동•사회갈등과 관리를 평가한 사회통합지수가 OECD 국가 30개국 중 2~3위이다(한국 29위). 뿐만 아니라 행복지수 1위(한국 146개국 중 59위), 성평등지수 2~3위 (한국 145개국 중 115위)라는 부러운 지표 보유국이다. 그 와중에 자본주의도 발달하여 사유재산을 잘 지키는 나라로도 세계 1위이다(한국 144개국 중 37위). 비록 인구 500만의 작은 국가이지만, '이런 사회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참고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의 사례로 부탄의 GNH(국민총행복지수)를 들고 싶다. 우리는 한 사회가 얼마나 '잘 사는지'를 GDP를 통해 가늠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돈은 행복을 이루는 수단이지, 동의어가 아니다. 아시아의 작은 불교 국가 부탄의 경우 70년대부터 국민총행복지수를 통해 좀 더 총체적으로 국민의 '잘 사는 정도'를 측정한다.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과 평등뿐만 아니라, 생태 지속가능성, 자유롭고 회복력 있는 문화의 보존, 좋은 정치와 법 앞의 평등과 같은 개념을 포함하여, GDP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2000년대 들어 OECD에서도 부탄의 행복지수를 받아들여 세계 행복지수를 조사하고 있다. 이는 최근 대안 경제모델로 부상한 도넛경제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 사회가 국민총행복지수를 마치 GDP처럼 중요하게 여긴다면, 위 나열한 문제 해결에도 더 적극적으로 되지 않을까. 사실 돈과 재화 역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우리의 행복은 더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도 타당한 지표가 아닌가 싶다.

 

핀란드와 부탄이 '비주류'처럼 보인다면, 2018년 영국에 신설된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의 경우는 어떨까. 노동당 국회의원인 조 콕스가 지역구민들과의 면담 뒤에 칼에 찔리는 테러로 희생된 결과 설립된 이 부서는 우울증, 고독, 분노와 같은 마음의 질병을 사회적 문제로써 해결하고자 한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늘어나는 정신질환과 묻지마테러, 노인 자살률, 청소년 자해와 같은 문제를 보며, 정신 건강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나 싶다.

 

30대 청년으로서 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프리카나 인도처럼 빈곤하지 않고, 미얀마처럼 서슬퍼런 독재의 감시도 받지 않는다. 선배세대가 이룩한 기반 위에 그들이 미처 이루지 못한 것들을 꿈꿀 수 있는 것이겠다. 이번 총선이 한국사회가 놓친 반쪽을 회복하여 더 지속가능한 사회,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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