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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를 어린이집으로
송기호(변호사)  |  view : 139

통째 변해야 한다. 청년이 한국 사회를 믿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삶이 미끄러지지 않는다고 젊은이들이 생각할 때에만 인구 소멸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내년 봄, 전국의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는 신입생 숫자가 30만명이 되지 않는다. 6000개가 넘는 전국의 초등학교 숫자를 놓고 계산하면, 하나의 초등학교에 신입생이 평균 50명이 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겪은 콩나물 교실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 개의 교실을 채우지 못했을 숫자이다. 몇년 후면, 한 개의 초등학교 신입생 숫자를 아무리 세고 또 세더라도 30명이 넘지 않을 것이다. 20명, 10명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국은 텅 빈 나라로 달려가고 있다. ‘극단적 인구 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이라는 한국은행 연구에 의하면 인구소멸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2050년에 대한민국 경제는 성장률 숫자라는 것을 세계에 발표하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역설적으로 인구를 줄여 경제성장률 0에 이르는 첫 번째 세계적 사례를 기록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그리고 파국적이다. 적응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단적 속도로 인구가 줄면 대다수 사람은 기존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왜 한국 사회는 파국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가? 앞에서 본 한국은행의 연구는 청년이 체감하는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 불안이 결혼 의사 선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나라의 육아휴직 이용률은 평균 88%이다. 기간도 약 70주이다. 그러나 한국의 52주 육아휴직 이용률은 20%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20년간 비정규직과 정규직, 중소기업과 대기업 취업자의 임금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었다. 한국은행 보고서 통계를 보면 두 기준에서의 임금 차이는 똑같이 1.9이다. 이제 그가 정규직·비정규직인지, 대기업·대기업 취업자인지 여부에 따라 월급이 거의 두 배 차이가 나는 세상이 되었다. 다수의 청년들이 자신의 자녀들이 자신보다 더 잘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모두가 지난 20년간 일어난 일이다. 인구소멸 위기는 독점과 경쟁에 기대어 달려온 한국 경제의 소산이다. 그러므로 청년만이 한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한 결정이다.

 

희망은 없는가? 통째로 바꿀 때에만 희망이라는 것을 퍼 올릴 수 있다. 변화는 믿음에서 시작한다. 청년들이 한국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결혼을 해도 나의 인생이 망가지지 않는다고, 내 자식들의 삶이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을 청년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눈에 띄는 작은 것이고, 또 하나는 보이지 않는 큰 변화이다. 공통적으로 큰돈이 들지 않는다.

 

주민센터를 어린이집으로 바꾸자. 전국의 일선 기초 행정 단위인 동(면) 주민센터는 평범한 시민의 일상 생활권에 들어와 있다. 동네 주민들은 동네 주민센터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 이곳을 어린이집으로 바꾸자. 아이를 기르는 일을 마을이, 사회가 함께하고 지원한다는 것을 청년들이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게 하자. 이미 전국의 주민센터는 어린이집에 적합한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곳의 공간 이용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여 어린이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선 행정의 전산화에 따라, 이제 더 이상 커다란 동장 집무실과 넓은 공무원 업무 공간은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여러 주민센터 강습 프로그램은 주민센터 외부 공간에서도 가능하다.

 

근본적 변화로 ‘8+2 광역 경제권’에 터잡은 국가 재구성을 다시 강조한다. 청년이 사는 곳에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수도권 4개의 경제권에, 충청, 호남, 대경, 동남권 광역 경제권, 그리고 제주와 강원 경제권들이 자체 혁신 동력으로 발전하는 8+2 광역경제권으로 발전해야 한다. 광역 경제권 구상은 이미 1972년 제1차 국토계획에서부터 제시되었다. 그럼에도 50년이 넘도록 실현되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정치이다. 지금의 253개 소지역주의 지역구 국회의원 제도로는 광역경제권을 발전시키지 못한다. 10개 광역 경제권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로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 전국에 10개 광역 선거구만을 설치하여, 국회의원이 광역 경제권 발전을 놓고 경쟁하게 해야 한다. 이는 지금의 소지역주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폐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돈이 들지 않는다.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청년이 사회를 믿는다. 그래야만 동네 초등학교에 신입생이 걸어 들어오는 봄을 맞는다.

 

*경향신문 2023.12.05. 기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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