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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및 불평등의 원인과 대안 모색  올여름 추천도서 2권
안성용 (위례시민연대 공동대표)   |  view : 110

불안한 자연과 사회
생태계 파괴로 인한 대규모 감염병 사태와 기후위기는 전 세계에서 수년째 폭설과 한파, 가뭄과 산불, 폭염과 폭우를 동반하며 지구의 생명체들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특히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기후난민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집중호우, 폭염, 태풍이 교대로 닥치며 큰 피해를 입었다. 인재로 인한 대형참사도 있었다. 쪽방의 노인들, 지하와 옥탑방의 장애인과 가족들, 낡은 건물의 세입자들,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 폭우와 산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 노숙인들 등 가난한 이들에게 더 힘든 계절이다. 

 

우리 사회의 뉴스는 매일 처참한 소식들뿐이다. 대통령 부부는 계속하여 어이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고, 정부와 집권당은 꼭두각시 춤을 추고 있다. 역사는 왜곡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불평등은 악화되고, 평화는 위협을 받고 있다. 갑질은 일상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연속하여 일어나면서 사회는 더 불안해지고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적인 망신과 많은 논란을 낳은 잼버리 대회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1987년 대통령 선거 직전 노태우 후보가 호남을 의식하여 급조한 공약이 새만금 사업이었다. 천혜의 갯벌을 막아 농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사업 추진은 되지 않았고, 쌀 소비가 줄어 새로운 논은 필요 없어졌다. 수십 년간 새만금은 선거 때마다 각종 개발 공약이 난무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국가 예산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한 중앙정부, 지방정부, 정치인, 기업들이 함께 벌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자산, 욕망, 금리 - 배후의 금융자본주의
한국의 정부, 국책기관, 금융기관, 경제학 교수, 평론가, 언론 등은 경제에 대해 말할 때 늘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른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때도 ‘역성장’이라고 말한다. 이는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사용하는 어법을 따라 한국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확실한 것은 복리로 늘어나는 부채뿐이다. 빚이 늘어나는 것도 성장이라고 말하면 보통 사람들은 들을 때 기분이 어떠할까? 국어사전에 성장(成長)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1. 사람이나 동식물이 자라서 몸무게가 늘거나 키가 점점 커짐 2. 사물의 규모가 커지거나 그 세력이 이전보다 늘어남 3. 개체, 기관, 세포가 형태적 또는 양적으로 증대가 되는 변화

 

사전의 2번 항목에 따르면 부채가 늘어나는 것도 성장이다. 그것도 복리로 늘어나니 급격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복리(複利)는 일정한 기간의 기말마다 이자를 원금에 가산하여 그 합계액을 다음 기간의 원금으로 하는 이자 계산 방법에 따라 계산된 이자를 말한다. 

 

지난 8월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현재 1068조 1000억 원으로 직전 달보다 6조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금리를 동결한 후 가계대출은 늘어나고 주택 가격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주택 가격과 은행 대출 규모는 비례한다. 은행 대출 없이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이 늘고, 대출이 늘면 집값도 오른다. 주식시장에서도 부채가 성장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8월 7일 기준 20조 3448억 원이다. 주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이 20조 원을 넘은 것이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수년 전부터 ‘영끌’, ‘빚투’라는 용어가 언론을 장식했다. 집을 사지 않고 주식이나 코인을 하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사회 심리가 강하게 형성되었다. 실제 원인은 대다수 사람이 일해서 버는 ‘소득’으로는 당장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또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 심리는 계급 상승 욕구로 나타난다. 자산을 가진 이들이 칭송받으며, 그렇지 않은 이들은 조롱받는다. 사회와 사람들을 자산을 기준으로 갈라놓는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욕망을 우선하게 된다. 자산을 가진 자들의 없는 자에 대한 갑질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조성된다. 계급상승 욕구로 인해 개혁세력보다는 수구세력에 투표한다. 그러나 많은 이가 꿈꾸는 계급상승은 실제로 가능하지 않다,

 

과거 한국은 노동자나 자영업자가 일해서 번 소득으로 생활이 가능했고, 저축하여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는 것이 가능했다. 지금은 정반대이다. 가계에 저축은 없다. 카드로 생활비를 당겨 쓰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할부로 자동차를 사고, 보험 개수와 보험액은 늘었고, 교육비 대출도 늘었고 통신비도 늘었다. 반면 노동강도는 크게 높아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에서는 1998년 IMF 사태 이후 이런 상황이 본격화되었고,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에는 현실 전반이 이렇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대처 총리와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이른바 ‘신자유주의’, 그리고 ‘금융자본주의’가 본격화되며 전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다. 1981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5% 수준에서 2021년 말 거의 0%대로 꾸준히 낮아진 반면, 미국 증시 대표지수인 S&P 500은 같은 기간 연평균 10.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복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40년간 엄청난 수익을 낸 것이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 버핏 같은 이들이 많이 생겨난 배경이다. 

 

불안한 자연과 사회 그리고 세계에 대해, 많은 이가 주로 우려하고 있는 기후위기 및 국제적 국내적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이 무더운 여름에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읽을만한 책 2권을 추천한다. 

 

문명의 운명 – 마이클 허드슨 저, 아카넷. 
지대(地代)라는 말이 있다. 남의 토지를 이용하는 사람이 토지 소유자에게 치르는 돈이다. 과거 귀족들이 소유한 땅을 빌려주고 그 값을 받는 데서 유래했다. 자본주의 초기부터 19세기 말까지 사상가들과 산업자본가들은 세습 지주계급과 약탈적인 고리대금에 대해 오랫동안 격렬하게 반대했다. 자본가가 자본을 들여 시설을 마련하고, 노동자를 고용하여 상품을 생산할 때, 지주의 ‘경제적 지대’는 비용을 넘어서는 ‘불로소득’으로써, 산업의 성장에 방해가 되며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이후 ‘불로소득’이라는 개념은 역사적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1차대전 이후 ‘경제적 지대’를 추구하는 이들이 부활을 꿈꾸다가 2차대전 이후에 확실하게 부활한다. 그리고 1980년을 계기로 그들은 세계를 본격적으로 바꾼다. 이 기간 세계의 패권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였다. 이들 지대 수취자 계급(rentier)은 노동을 비롯하여 생산에 직접 투입된 사업비의 결과물이 아닌 재산을 통해 이익을 얻었다. 수익은 지대, 임대료, 채권 이자, 주식 배당금, 독점 사업에서 나오는 금융 수입 등이다. 그들의 기반은 금융, 보험, 부동산이 주이며, 식량, 석유 등 에너지, 광산 등 원료 분야에 이어 군수산업에 이른다. 

 

이들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세금 제도를 바꾸며, 모든 산업을 금융화하고, 공공사업을 사영화(민영화보다는 이 말이 정확하다)하고, 모든 정부의 규제 완화를 이루며, 정부 및 민주주의 체제를 무력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은 백만장자에서 천만장자가 그리고 억만장자가 되었다. 선진국의 상위 1%가 전 세계 나머지 사람들의 ‘부채를 성장시키는’ 과정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1%의 경제적 논리, 정치 외교적 논리, 폭력을 수반한 군사적 행동들을 잘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이유와 미국이 왜 러시아와 중국을 악마화하는지 잘 설명해준다. 또 고고학, 역사학의 성과들에 기초하여 고대 로마제국과 비교하며 다루는 현대 미국의 역사와 향후 미래에 대한 예측이 흥미롭고, 책 전반에 걸쳐 경제학사를 매우 풍성하고 깊이 있게 다룬다. 

 

참고로 저자는 2007년-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어날 것을 이미 2006년에 명확히 밝혀 크게 주목을 받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한국에서도 언론을 통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 기후위기 시대의 자본론 - 사이토 고헤이 저/김영현 역/다다서재 
“토머스 프리드먼, 제러미 리프킨이 지지하고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의 대선 공약이 되기도 했던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와 경제 불황을 동시에 타개할 ‘만능 치트키’로 군림해왔다. UN은 그린 뉴딜을 환영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내걸었고 SDGs는 선진국과 대기업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재생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탄소세 부과로 재원을 확충하며, 전기 자동차를 만들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 얼핏 환상적으로 들리는 이 ‘녹색 성장’의 지지자들은 그린 뉴딜 정책에 투표하고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며 스스로 지구를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은 안도한다. 이제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척하면서 경제 성장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리뷰에서 인용) 

 

저자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대해 각종 자료를 가지고, SDGs와 그린 뉴딜은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식량난, 주거난, 양극화, 생태 위기는 약탈적 이윤 추구의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다다른 결과라 하며, ‘경제 성장’이라는 이념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본가들과 정부가 그린 뉴딜로 핑계를 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청년세대가 사회주의를 왜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저자는 탈탄소 사회를 이루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의 규모 축소 및 감속, 즉 기존의 자본주의 성장론으로부터 벗어나는 ‘탈성장’을 핵심으로 강조한다. 그리고 인류의 실제적인 지속가능성은 글로벌 사회적 평등으로 가능하다며, ‘탈성장 공동체주의’를 주창한다. 

 

이 책의 저자는 젊다. 1987년생이다. 오사카시립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인 그는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평가하는 좌파 그것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자부한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남긴 방대한 노트와 서간을 바탕으로 마르크스 사상에 대해 독창적인 해석을 한다. 마르크스가 ‘자본론’ 1권을 쓴 후, 이후 집필을 미룬 채 연구한 것이 생태학과 공동체에 대한 것이었으며, 마르크스가 ‘생산력 지상주의’와 ‘유럽 중심주의’와 결별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마르크스를 박제화했던 구 소련 및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를 비판한다. 

 

마르크스의 저작이나 특히 자본론을 읽은 분들은 이해가 더 쉬울 것이나, 읽지 않은 분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게 서술하였다. 2021년 일본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당해 4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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