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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아침밥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 이사장)  |  view : 256

실제로 이런 가훈이 있다. 내 친구 집 가훈이 “한 끼는 남의 집에서” 이다. 하루 세끼 다 먹기 어려웠던 보리고개 시절, 한국인들의 아침인사는 “식사 하셨습니까?”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에 내 친구 집 가훈이 변경됐다. “한 끼만 우리 집에서” 그동안 두 끼를 집에서 해결하다가 한 끼만 집에서 먹자는 비장한 선언이다. 어찌 보면 우스개 가훈이지만 1917년 러시아혁명 당시 레닌이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외쳤던 것만큼 ‘밥’은 죽느냐? 사느냐? 의 문제다. 


한국사회에서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역린, 3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그리고 ‘공기밥 1천원’이다. 누군가에게는 껌 한통 값인 공기밥 가격을 인상하면 민중들의 삶은 흔들린다. 맨밥이라도 먹어야 노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도 일을 해야 할 민중들이 최소한의 체력 유지를 위해 공기밥 값은 섣불리 올리지 않는다. 


요즘 ‘천원의 아침밥’이 대학가에서 유행이다. 정부와 대학교의 재정 지원으로 대학생들이 아침식사를 천원에 해결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대학생들이 아침을 거른 이유가 ‘다이어트’, ‘늦잠’이 아닌, 4천원 식비가 부담 되서 끼니를 걸렀다는 인터뷰는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을 방불케 한다.


그나마 천원에 아침을 해결하는 학생들은 동문들 지원이 가능한 대학교 소속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대학들과 대학을 못간(안간) 청년들은 이런 특혜가 없다. 천원의 아침밥도 부익부 빈익빈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단돈 1천원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행복이고 그렇지 못한 청년들은 불행을 느끼기에 충분한 정책이다. 


식구(食口)의 의미는 한자어로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하루 한 끼를 밖에서 1천원으로 해결하는 청년들이나 그렇지 못한 청년들이 집에서 먹는 집밥은 만족할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시간 갖기도 어려운 식구들은 투정하기조차 힘든 빈곤한 밥상에서 무엇을 씹어 삼킬까? 하루 세끼가 사치인가? 대장동 50억 클럽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자들도 하루에 세끼 이상 먹지 못한다. 그 이상 먹으면 체한다. 시인 김지하가 ‘밥’은 공동체라고 했다. 꾸역꾸역 처먹지 말고 함께 나눠먹자. 

 

‘Morning has Broken‘이라는 제목의 1980년대 초에 널리 알려진 팝송이 있다. 중학생 때, 이 노래를 처음 듣고 'Morning'이 ’Broken'하면 ’아침이 깨졌다‘라고 해석했다. 아침이 뭐 때문에 깨졌지? 누가 싸웠나? 그런데 ’Morning has Broken'은 ’아침이 밝았다‘라는 뜻이라고 영어 잘하는 친구가 알려줬다. 팝송제목처럼 아침이 깨지지 않고 밝아오는 모습으로 보이려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하루 세끼 밥 먹을 걱정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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