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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던지는 질문
김준표(손잡는교회)  |  view : 368

7월13일, 오늘 하루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물론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면 눈 돌리지 않는 사람들이나,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에 갇혀 지구와 우주 역사를 6천년으로 믿고 있는 크리스천에게는 ‘흥칫뿡’일 테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촬영한 풀 컬러의 우주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현재까지 촬영한 우주 사진 중 가장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사진입니다. 사진들은 우주상상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선명하고 화려했습니다.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우주는 아름다웠습니다. 용골자리 성운 사진은 제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새벽에 마주한 어슴푸레한 산등성이와 영롱한 별빛을 닮아 놀라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130억 광년을 볼 수 있습니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를 말합니다(빛의 속도는 1초에 30만km). 빅뱅 이론에 의하면 지구, 태양이 속해 있는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에 탄생했고, 우주나이는 138억 년입니다. 우주 탄생 138억 년 전에 발생한 빛이 현재의 지구에 도달했을 때 138억 광년의 거리를 달려온다는 의미입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우주 탄생의 신비를 밝혀낼지도 모릅니다. 


‘광년’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길이단위와 차이가 너무 커서 우주 공간을 가늠하기에는 익숙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빅뱅 우주론』의 저자 이석영은 우주공간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태양계는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 개 정도 모여 있는 ‘우리은하’ 중심으로부터 2만6000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변두리에 있다. 그리고 ‘우리은하’는 우주에 있는 1000억 개 정도의 은하중 하나이다.” 이 책이 2017년에 출판되었는데, 그 이후 관측 가능한 은하는 1700억 개로 늘어났습니다. 


90년대 초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던 저에게 ‘빅뱅이론’이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우주가 아주 작은 점 하나, 원시원자로부터 시작되었고,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입니다. ‘빅뱅이론’은 그 당시 저에게는 우주탄생과 기원을 설명하는 하나의 하찮은 가설이었습니다. 제 스스로 ‘신앙심 깊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자처한 탓입니다. 하나님이 암흑과 혼돈 속에서 이 세상을 6일 동안 만들었다는 ‘창세기의 창조이야기’는 저에게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할 신조였기에 ‘빅뱅이론’은 악마의 속삭임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과학계에서 ‘빅뱅우주론’이 정설이 된 지는 이미 오래전이었습니다. 저 같은 ‘고대 화석인’들이 2022년 오늘, 거리를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기독교신앙은 현대 과학이 발견한 사실들을 거부하지 않아야 합니다. 오히려 진지한 대화와  수용이 필요합니다. 사실 과학이 우주의 모든 신비를 밝혀내지는 못합니다. 지금까지 우주 에너지에 대해 천문학이 밝혀낸 것은 중입자라 불리는 바리온 물질이 4%, 그리고 암흑물질이 24%, 암흑에너지가 72%라는 사실입니다. ‘암흑’이라는 표현은 그 실체를 분명히 알 수 없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아직까지 우리가 우주에 대해 정확히 아는 영역은 4%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문학이 밝혀주는 우주의 신비는 인간과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사고를 깊게 해 줍니다. 거대한 우주 역사 앞에서 보이지는 않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지구를 약탈하고 병들게 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평생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고,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싸우는 모습은 어떤가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우주 앞에 인간은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아침이슬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 광활한 우주 앞에서 인간은 겸손하게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이 질문은 우리가 영혼의 존재이며, 우주의 일부임을 알게 해 줍니다. 우리가 우주의 일부라는 것은 신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신이 내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강조한 내용이 이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신의 자녀이고, 신이 우리 안에, 신 안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 것입니다. 138억년의 과정을 통해 태어난 우주, 1700억 개의 은하 중 하나인 우리 은하, 우리 은하에 있는 1000억 개의 별 중 하나인 태양계와 지구, 그리고 지구별 70억 인구 중 하나인 나, 얼마나 특별한 존재입니까! 이 우주도 내가 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또 하나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입니다.  앞선 질문이 영혼에 관한 질문이라면 이 질문은 우리 몸, 육체에 관한 내용입니다. 정해진 인생의 짧은 시간 속에 존재하면서 무엇을 위해 내 에너지를 집중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나를 위해 살아야지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를 위해 살아가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그런 삶은 내 자유를 버리고 노예처럼 사는 복종의 삶입니다. 그런데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은 내 존재를 우주처럼 빅뱅 시키는 겁니다. 내 존재를 자유롭게 끝없이 우주를 향해 내 뻗는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른 우주를 만납니다. 나처럼 소중한 이웃을 만납니다. 타인과 내가 이 우주에서 다르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평화는 그렇게 옵니다. 평화가 와야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임합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DMS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서 약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대기에서 물의 뚜렷한 특징을 포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됩니다. 우주 어딘가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올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주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의 교만을 정말 눈뜨고 볼 수가 없네. 생명을 주관하는 신이 너희 지구만을 위한 신이라고 생각하니? 너희 언어와 사고로 어떻게 신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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