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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우리의 미래
김경호 회원(강남향린교회 목사)  |  view : 386

“게으른 농부가 해질녘에 밭간다”는 속담처럼 뒤늦은 검찰의 수사권 분리 법안으로 소란하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때 늦었지만 그나마 잘 처리할지 의심스럽다. 선거결과를 보고 실망하시는 분들이 적잖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정반합으로 나아간다. 지금은 많이 흔들리지만 우리의 역사는 평화, 민주, 정의, 생명 이런 가치들을 향하여 나아갈 것이다. 
알 것은 다 알면서 그런 척만 하는 무리는 국민을 조금씩 지치게 만든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의 정치적 이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러나 집권 후에 함께 촛불을 일으켰던 진보 세력을 하나씩 소외시키기 시작했다. 진보정치세력들, 노동계, 전교조 선생님들을 밀어 내버렸다. 소성리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시민사회 단체들과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는 세월호 진상규명까지 하나씩 물먹기 시작했다. 약속했던 최저임금 1만원은 아직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아예 일찌감치 집어 던졌다. 평창 올림픽으로 온 절호의 남북 화해의 찬스는 말의 잔치로 끝났다. 미국과 상관없이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5.24조치 해제, 개성공단, 금강산은 어느 것 하나 나아가지 못했다. 
언론개혁법, 중대재해 처벌법에서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야당 핑계를 대며 처리하지 않거나 물타기 해버렸다.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공을 들였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윤석열을 만들어 놓았다. 물론 보수정권처럼 역사를 거스르고 거꾸로 가는 사고를 쳤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지방권력과 국회까지도 몰아 주었다. 칼을 별러서 쥐어 주었으나 그들은 뒤돌아 앉아서 무만 쓸다가 기회를 놓쳤다. 

 

문재인 정부 첫해에 청와대의 헌법개정안 시안이 발표되었다.(2018.3.26.) 그것은 환호할 만한 진보적인 안이었다. A학점에 해당하는 모범답안이었다. 물론 대부분 하지 않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안 하나를 살펴보자 

 

제44조, 3항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그 밖에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되,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청해왔던 선거의 비례성원칙 조항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1등만 당선 되므로 40% 정도의 지지율을 가진 정당이 70-80%의 의석을 독점할 수 있었다. 야당도 사표방지라는 논리로 만년 제1야당의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런 양당 기득권 제도는 진보적인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정치는 보수 일변도의 경연장이 되었다. 
그러나 선거의 비례성 원칙이 지켜지면 스웨덴이나 덴마크 식의 전면 비례대표제도나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능하게 되어 사표의 우려 없이 전체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비율만큼의 국회의석을 가져가게 된다. 예를 들면 정의당의 지지율이 6% 정도라면 전체 의원의 6%인 18명 정도의 국회의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현행 소선거구제는 소수 정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며 일정한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정당 취소가 된다. 한편 후보자들도 일정 지지율 이상이면 선거비용을 다시 돌려받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돌려받을 수 없다. 
이는 양당제 기득권 정치로 담합정치가 가능하고 국민과 담 쌓고도 얼마든지 자기들끼리의 정치, 지역 패권적 정치가 가능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국민이 수 십 년간 다듬어 키워 10%의 지지를 얻은 진보정당(통합진보당)을 기득권양당이 담합하여 정죄하고, 정당을 해산하고 국회의원을 구속시켰다. 정당을 하루아침에 빨갱이로 몰아 제거했다. 박근혜 정권 때지만 민주당이 방어하기는커녕 동조해 민주주의를 역행했다.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전면 비례대표 제도를 시행하면 좋겠으나 이는 지금 지역구 기득권을 가진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져 결사반대할 것이므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병존하되 표심의 왜곡이 없게 하려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하려면 지역구를 그대로 놓아두고 비례대표의석을 늘려야 하는데 지금의 국회의원 의석수를 100석 정도 늘려야 가능하다. 그렇더라도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선거에서 비례성 원칙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한국정치가 지금의 보수일변도의 양당 기득권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새로운 진보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헌법 개정안에는 국민소환제(제45조), 국민발안제(제56조),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제71조) 도입이 포함되었다. 1954년 헌법에 대한 국민발안제가 규정된 적은 있지만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처음이었다. 이상한 것은 같이 선거로 선출되었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및 교육감에 대해서는 주민 소환이 인정되나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는 헌법 사항이라 하여 막고 있다. 그리고 한명만 뽑는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선투표제도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사표방지, 될 사람 몰아주기로 국민의 선택권이 왜곡된다. 
이렇게 선거제도에서 비례성 원칙만 반영되도 한국의 정치는 놀랍게 변화할 것이다. 매번 그 지긋지긋한 진영논리로 기득권이라는 장벽에 기대었던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과 소통하고 민의 아픔에 함께하는 정치가 이루어지는 첫걸음이 선거의 비례성원칙이다. 그것을 잘 아는 민주당이 선거가 불리하자 막판에 다당제와 대통령 결선 투표제 안을 내세웠고 전격적으로 당론으로 채택했다. 알면서 안하는 놈은 더 나쁘다. 기껏 가만히 있다가 막판에 속이 보이는 개혁안은 그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제가 문재인 정부에 높은 기대감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선거제도의 개혁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총선에서 애초 구상과는 정반대되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에게 돌아갈 몇 석마저 탐했다. 
역사의식을 가지고 그동안 바닥에서 민중의 고통과 함께 해온 진보 개혁 세력이 우리 역사에서 항상 10% 정도는 존재한다. 이들은 지금 시민세력으로 진보정치인으로 분산되어 있다. 물론 이들은 비판의식이 왕성하기에 서로 하나되기 매우 어려운 나름의 한계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역사의 진보성을 이끌어오며 우리 사회의 민심을 끌어 오는 중요한 세력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일한 출구는 민주당이 범 개혁세력과 연대하고 시민단체들과 연대하는 큰 그림의 새판 짜기가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분위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 이 나라의 역사의 방향을 바로 잡고자 한다면 당 안에 개혁에 발목을 잡는 정치 모리배들을 몰아내고 아직 힘이 있을 때, 넓게 시민사회 단체들, 진보 정치세력과 연대하여 큰 그림들을 그려 가야한다. 오히려 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자들이 집권하여 여러 가지 잡음을 일으켜 그 모순이 극에 이를 때가 진정한 개혁을 이룰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역사는 그런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견인차가 된다면 그 시기가 앞당겨 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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