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위례시민연대

활동마당

세부내용 목록
한덕수, 론스타 소송서 뭘 증언했나?
송기호(변호사)  |  view : 429

론스타는 2012년 1월, 5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보고 한국을 떠났다. 그해 겨울, 론스타는 또 5조원이 넘는 돈을 배상하라며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하였다. 10년을 끈 론스타 중재 판결이 임박했다. 국민은 대통령이 세 번 바뀌는 오랜 기간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나는 론스타 사건에서 한국이 완전 승소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마땅한 사건이다. 애초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었다. 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있는 금융자본이 아니었다. 나는 2006년에 낸 <한미FTA의 마지노선>에서 론스타 사건과 같은 국제중재 회부제 자체를 강력히 비판하였다. 투자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대상 나라의 정부정책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권한까지 갖는 것은 공공정책의 자율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그러하듯이 외국 자본도 한국의 행정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내가 론스타 사건에서 한국이 완전 승소하기를 바라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제중재 회부권을 찬성해서가 아니다. 한국이 만에 하나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을 국민이 세금으로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이 론스타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래서 나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론스타 소송에서 무엇을 증언했는지 묻는다. 왜냐하면 KBS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그는 한국이 2014년 3월에 제출한 답변서에 자신의 증인 진술서를 함께 중재판정부에 제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답변의 내용이다. KBS가 공개한 자료인 론스타의 재답변서에 따르면, 한덕수 후보자의 증언에는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 그리고 언론 모두가 외국자본에 대하여 정도가 너무 심하게 국수주의적인 것은 문제이다. 한국 사회가 외국 자본에 대해 가지는 반감이 너무 강하다’는 내용이 있다.

물론 이는 론스타가 한덕수 후보자의 서면증언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론스타가 한 후보자의 전체 진의를 왜곡하여 일부를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소송의 경험으로 볼 때, 적어도 한 후보자가 중재판정부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자체만을 놓고 보면 이는 한국에 매우 불리한 내용이다.

 

론스타는 2012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중재회부 의향서에서 이렇게 썼다. ‘론스타는 분개하는 적대적 대중의 타깃이 되었다’, ‘한국의 대중은 론스타를 ‘먹튀’라고 낙인찍었다’. 그리고 이 의향서의 내용은 론스타가 스스로 공개하였다. 한 후보자도 당연히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론스타가 이른바 한국 정부가 국민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반감 때문에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접근을 핵심적 소송 전략으로 채택한 상황에서, 왜 한 후보자는 이러한 론스타의 핵심 전략에 부합하는 내용을 증인진술서에 담았을까? 한 후보자의 증인진술서의 전체 내용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그의 증언진술의 전체 취지는 론스타가 이용한 일부와 전혀 다를 수 있다. 한 후보자가 스스로 밝혀야 한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론스타만이 아니다. 엘리엇은 2018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약 9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했다. 이처럼 론스타와 엘리엇은 어떻게 수조원을 달라고 정부의 정책을 국제중재에 걸 수 있는가? 단지 외국인 투자 자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행정법원이 아니라 국제중재에 정부를 회부할 권한을 주는 것은 타당한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2018년 6월, 최초로 국제중재 회부사건에서 패소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던 이란계 기업이 인수에 실패하자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한 사건이다. 그래서 약 730억원을 국민 세금으로 손해배상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최초의 중재 판정문을 4년이 넘도록 감추고 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를 신청해도 공개거부 결정만을 찍어내고 있다. 그 결과 변상책임이 있는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나버렸다. 국민세금으로 배상을 하게 한 원인을 제공한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론스타 사건에서 한국이 완전 승소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이제는 이 제도를 끝내야 한다. 자유무역이 없는 시대, 기후위기의 시대에 투자자가 재판권 특혜를 이용하여 정책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은 옳은가라는 질문에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답해야 한다. 론스타 사건에서 진술 증언한 그가 답해야 한다.

 

 

※위 글은 경향신문 2022.04.27. 칼럼을 옮긴 글 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