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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레프트 운동은 자연보호 운동이다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 조합원)  |  view : 498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제주도 한라산에 눈이 내릴 때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사진이 필요하다. 이럴 때 제주도에 사는 사람이 한라산 사진을 찍어서 무상으로 보내주면 비행기 요금 등 돈이 절약된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 화석연료 (비행기, 렌터카 등)가 사용되지 않아 지구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레프트(Left) 운동이라고 부르고 싶다. 


카피레프트(Copyleft)는 ‘저작권’이라는 영어단어 카피라이트(Copyright)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만들어졌는데 저작권의 ‘독점’보다는 ‘공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렇다고 카피레프트가 저작권을 부정하는 건 절대 아니다. 개인이 연구해서 만들어낸 콘텐츠는 당연히 보호받아야할 권리이지만 그 독점기간을 줄이고 함께 나눠 쓰는 행위로 사회발전을 이뤄보자는 것이다. 자본력 좋은 기업, 사람만 콘텐츠를 만들어 돈 버는 세상이 아닌, ’돈이 없는 사람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는게 카피레프트 운동의 목적이다. 

 

1950년 6.25전쟁을 치룬 한국사회에서 ‘레프트’라는 단어는 좌익을 떠오르게 하는데 괜히 두렵고 겁이 나지만 콘텐츠를 돈받지 말고 무상으로 공유하자는 카피레프트는 이념/사상이 아니고 앞에서 한라산 사진 공유에서 보듯이 자연보호 에너지 절약운동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신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무상공유하자’고 하면 화들짝 놀라서 한발 뒤로 물러설 것이다. ‘나의 창의력으로 만든 것을 왜 남한테 공짜로 줘야하지? 하고 반발할 것이다. 과연 ‘내가 만든 것이 세상에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것인가?’는 물음에 성경도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한다. 신의 ‘창조력’ 제외하고 인간의 ‘창의력’이  존재하는지,그러면 테스트해보자

 

다음 이야기의 제목은 무엇일까?  어린 여자 주인공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재혼을 하고 계모는 여자 주인공을 하녀처럼 부린다. 그러다가 마법을 쓰는 누군가 나타나 여자 주인공을 도와주고 못된 계모는 벌을 받고 주인공은 행복하게 산다는 스토리의 제목은?
“정답!” 하면서 손을 드는 전 세계 사람들 중에서 미국사람들은 ‘신데렐라’라고 말하고 한국은 ‘콩쥐팥쥐’, 독일은 ‘재 투성이’, 프랑스는 ‘상드리용’, 인도에서는 ‘한치 이야기’ 라고 말할 것이다.

 

사람들이 희노애락, 살아가는 세상사가 비슷해서 유사한 이야기는 모든 나라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누군가 ‘콩쥐팥쥐’ 이야기를 저작권 등록한 후, 미국, 독일, 프랑스, 인도 등의 전래동화를 표절로 통보하면 세계적인 비웃음을 살 것이다.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온 모두의 이야기가 어떻게 니거야? “욕까지 먹을 각오를 해야한다. 

 

이처럼 스토리(콘텐츠)는 지구 탄생 이후 선조들의 지식과 경험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산과 강의 주인이 없고 우리 모두의 것인 것처럼 콘텐츠는 모두의 것이다. 그렇다면 약삭빠른 자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에 살을 살짝 붙인 것도 온전히 모두 내 저작권리인가?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홍콩 영화 ‘무간도’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한명은 경찰의 스파이가 된 범죄 조직원이고 또 다른 한명은 범죄 조직의 스파이가 된 경찰이다. 사실 범죄 조직에 경찰이 잠입하는 이야기는 ‘무간도’ 영화 나오기 전에 수없이 많았는데 영화 ‘무간도’는 경찰과 범죄 조직의 스파이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새로워 보였다. 내용물은 똑같은데 포장만 다르게 한 꼴이다. 

 

이 영화를 한국에서 살을 살짝 붙였다. 영화 ‘무간도’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발 더 나아간 영화가 ‘신세계’라는 한국영화다. 무간도처럼 범죄 조직에 경찰이 그리고  경찰조직에 조직폭력배가 들어와 신분세탁을 해서 활동하다가 범죄조직에 스파이로 침투한 경찰이 자신을 잠입시켰던 윗선이 살해되자 이제 경찰의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어진다. ‘무간도’ 영화 스토리에서 한발 더 나아간 ‘무간도 확장판’을 만들어냈다. 이런 걸  영화 ‘무간도’에 영화 ‘신세계’가 올라탔다고 말할 수 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쉽게 편승해서 가듯이 말 위에서 ‘이랴이랴’ 박차를 가한 거 밖에 없다.

 

이처럼 콘텐츠는  순전히 내 것이 없다. 나보다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지식유산에 내 노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콘텐츠는 공동 소유가 맞다. 콘텐츠를 무상공유하면 쓸데없는 비용낭비가 없다. 내 핸드폰에서 잠자고 있는 사진이 누군가에는 필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에 돈 받지 말고 서로 주고받자는 ‘카피레프트 운동’은 일종의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인류 미래를 살릴 수 있는 자연보호 운동이다.  

 

셀수스 협동조합에서 “카피레프트 톨스토이 어깨에 올라타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 실린 12편의 단편소설을 누구나 각색해서 웹툰, 영화, 드라마 등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자신이 쓴 작품을 러시아와 해외에서 무료로 출판과 공연을 할 수 있는 권리를 1891년에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인류 최초의 저작권 무상공유 선언이었다. 이처럼 저작권리를 자유롭게 톨스토이가 풀어버린 덕분에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 등이 무상으로 번역 출판 공연되어 인류 문화를 윤택하게 만들었다. 톨스토이가 자신의 어깨를 우리에게 내어줬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에 올라타서 그 작품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었다. 

 

인류 모두가 만들어온 지적 콘텐츠는 모두가 무상으로 공유하는 게 마땅하다. 개인이 창작했다는 콘텐츠는 역사적으로 쌓여온 인류 공통의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저작권리는 어디까지인가? 인류 공통의 지식 위에 올라타서 새롭게 선보인 게 자기 권리일 뿐이다. 전체를 자기가 창의적으로 만들었다고 우기면 곤란하다. 새롭게 선보인 것만 권리를 요청하고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작권리는 창작자가 살아 있을 때는 독점이고 사후 에는 70년까지 그 권리를 가족들에게 보장하고 있다. 돈 없는 사람들의 창작은 더욱 어려워지고 저작권 독점화가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인류 공공의 자산인 콘텐츠는 독점해서는 안된다. 저작권 독점을 막아야 한다. 독점반대! 무상공유!로 모두에게 그 가치가 돌아가야 한다. 자본가들이 자기 계급의 이익을 위해 이 당연함을 법률적으로 어렵게 만들어 놓고 있다.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 카피레프트 운동의 깃발 아래 모여서!

 

카피레프트 운동을 펼치는 셀수스 협동조합 (www.celsus.org) 사이트에서 누구나 무상으로 사진, 동영상, 오디오, 대본 등을 다운로드 하여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글쓴이 김형진님 
『셀수스협동조합』 조합원
KBS어린이프로그램 『꼬꼬마텔레토비』연출
동화책 『스파이여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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