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위례시민연대

활동마당

세부내용 목록
기후정책을 중심으로 바라본 20대 대선
김찬휘(녹색당 공동대표)  |  view : 504

‘탄소예산시계’가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c 1.5℃ 높아지는 시점을 ‘타이머’로 표시하는 시계이다. 탄소예산시계는 현재 7년 4개월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 추세로 7년 4개월이 지나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권고한 1.5℃ 기온 상승이 완료된다는 것이다. 

 

물론 7년 4개월이 지나서 지구가 붕괴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전 지구적으로 극심한 기후재앙이 빈발하고 있는데 그때가 되면 그 강도와 빈도가 모두 증폭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때까지 대통령 선거가 이번 한 번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대선이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절대절명의 시점을 가리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주요 대선후보 4인의 기후관련 정책은 어떠할까? 일단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살펴보자. 정부가 제출한 NDC는 2018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 대비 2030년 순 배출량을 40% 줄인다는 것이다. 4명의 후보 중 가장 높은 감축 목표를 제시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다. 심 후보는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50% 감축을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2018년 대비 2030년 NDC를 40%에서 50%로 상향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국제사회에 한 약속은 존중하지만 NDC 재설정 혹은 재조정 입장이다.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2035년, 심상정 후보는 2030년으로 못박았고, 윤석열 후보는 2035년 금지에는 동의하지만 시기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안철수 후보는 유보적인 입장을 표현했다. 가덕도 등 신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 셋이 찬성하고 심상정 후보 혼자 반대하였다. 운송 수단 중 승객 1인당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비행기 운송에 대해서, 유럽은 국내선 전용 비행장 폐쇄, 특정 거리 이내의 비행 금지 등을 단행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크게 나뉘어 있는 상황이다. 

 

2019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7억137만t 중 87.2%인 6억1150만t이 에너지 분야에서 나왔다. 따라서 에너지 믹스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재생에너지에, 윤석열 후보는 핵발전에, 안철수 후보는 핵발전과 재생에너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 이재명 후보는 석탄화력발전소의 퇴출 시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지만 심상정 후보는 2030년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핵발전소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신규원전 건설은 없다고 공약했지만, 지금 공사 중단된 신한울 3, 4호기는 국민이 원한다면 공사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짓고 있는 것만 포함해도 현 정부의 핵에너지 정책을 유지한다면 2085년이 되어서야 탈핵이 이루어지게 된다. 심상정 후보는 2040년 탈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재생에너지 투자를 국가적 사업으로 늘려야 할 것이며, 탈석탄이 이루어지는 2030년에서 탈핵이 이루어지는 2040년 사이의 ‘브릿지’ 전력으로 LNG를 사용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신한울 3, 4호기 공사 재개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사용 후 핵연료 건식 재처리 방법인 ‘파이로프로세싱’ 개발 등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을 공약하였다. 특히 안철수 후보는 5년 전 대선에서는 ‘탈핵’을 주장했는데 이번에는 핵발전을 강하게 찬성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하지만 SMR은 상용화된 적이 없는 기술이고 파이로프로세싱은 그보다도 더 현실성 없는 기술이다. 특히 파이로프로세싱은 고준위핵폐기물, 즉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젖게 하여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할 곳이 없는데도 핵발전을 지속하게 하려는 핵마피아들의 술책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설혹 그것이 언젠가 가능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렇게 될 경우 핵발전에 따른 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르게 되고 핵마피아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저렴한 발전’이라는 논리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미 그 시점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비용이건 효율성이건 위험성의 측면에서건 모든 측면에서 우월해져 있을 것이다.  
  
다음은 주요 대선후보들의 2030년 에너지믹스다. 안철수 후보의 ‘기타’는 30%에 달하는데 정확히 어떤 에너지를 말하는지 불분명하다.  

 

table2.jpg

 

TV 대선 토론회에서 화제가 된 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이 들어간 것으로 인하여 유럽에서 원자력이 친환경에너지로 분류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원자력이 ‘탄소중립’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주요 대선 후보들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이다. EU는 택소노미에 포함되는 핵발전에 두 개의 엄격한 조건을 제시하였다. 첫째, 2025년부터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났을 때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전 세계에서 프랑스만 가지고 있는데, 그나마 아직 시험중인 상태이다. 둘째, 2050년까지 고준위핵폐기장 건설 및 운영의 세부계획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5만 년 동안 움직이지 않을 암반층이 필요한데, 현재 핀란드, 스웨덴 외에는 불가능하다. 유럽 대부분의 핵발전 국가들은 실현불가능한 조건이라고 오히려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그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자연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마음대로 수탈하고 파괴해도 된다는 사고 위에 쌓아온 현대 문명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있다. 노동과 자본만이 가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연이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지구와 지구 위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서 이번 20대 대선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기후위기를 경시하고 생태적·사회적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