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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정책을 중심으로 바라본 이번 대선
박정인 교수(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  view : 5958

I. 들어가며
 
누군들 조금씩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장애인 정책은 결코 ‘장애인’들만의 정책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정책은 오직 보건복지부 사업 개선을 위한 사회복지학의 영역만이라고 할 수도 없다.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장애인 5대 공약은 대통령 후보가 장애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첨예하게 보여준다. 어디까지나 장애는 사회성을 띄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장애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안경이 발명되고 보편화되기 전에 시력이 마이너스인 사람은 분명 장애인이었고 전근대사회에서 장애인은 가족부양의 원칙을 넘어설 수 없었다. 물론 전근대사회에서는 장애인을 ‘자립 가능한 사람’과 ‘자립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분류하여 복지정책을 펼쳤다. 
“듣지 못하는 사람과 생식기가 불완전한 사람은 자신의 노력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으며, 보지 못하는 사람은 점을 치고, 다리를 저는 사람은 그물을 떠서 살아갈 수 있지만, 오직 중환자와 불구자는 구휼해주어야 한다.”(정약용의 『목민심서』 중에서)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듣지 못하는 사람과 생식기가 불완전한 사람, 보지 못하는 사람, 다리를 저는 사람 등 직업을 갖고 자립이 가능한 경증 장애인은 자립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중증 장애인은 국가에서 직접 구휼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립 가능한 장애인에 대해서도 조세를 면제하고 잡역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세종대왕과 박연의 조선시대 장애인 5대 정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세와 부역 및 잡역을 면제했고 노비층도 신공을 면제해주었다. 둘째, 장애인이 죄를 범하면 형벌을 가하지 않고 포로써 대신 받았으며 연좌제에도 면제해주었으며, 정신장애인은 정상을 참작하여 감형해주었다. 셋째, 부양자(도움을 줄 자)를 관에서 보내주었고 넷째, 노인과 장애인은 쌀과 고기 같은 생필품을 하사해주었다. 다섯째, 동서활인원이나 제생원 등 구휼기관을 설치하여 위기에 처한 장애인을 구제하였다. 
고려와 조선정부는 극빈자와 함께 장애인에 대해서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복지정책을 펼쳐왔으나 후기로 갈수록 중간에서 관리들의 농간이 심해졌고, “굶주린 백성에게 지급하는 무상 양곡도 심히 불공평하여 환과고독이나 폐질자는 구호대상자 명부에서 누락되고, 향천의 양반으로 미력하나마 권세만 있으면 부호일지라도 모두 구호 대상에 들어있었습니다”(박만정의 『해서암행일기』 중에서)에서 살펴보듯이 장애인의 처지가 열악해지고 장애에 대한 인식도 점차 비하적으로 바뀌어갔으며 결국 조선왕조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II. 대통령후보 장애인공약의 검토

[표] 2022 대선 대통령후보 장애인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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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의 힘
첫째, 장애인이동권 공약을 살펴보자. 2월 23일까지 21일동안 장애인이동권 시위가 있었던 가운데 국민의 힘의 저상버스 투입, 장애인 콜택시 확대 등 이동권 보장 공약은 이와 같은 사건을 잘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2021.12.31.)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을 교체할 때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시외버스는 제외되었고, 버스사업자가 도로구조, 시설 등이 저상버스의 운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승인받으면 저상버스를 의무도입하지 않아도 된다. 古 박원순 시장이 약속해서 진행중이었던 서울시 내 모든 지하철 역사에 1역사 1동선(1개 지하철역마다 1개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은 283개 역사 중 22개가 여전히 계단만 있는 가운데 2022년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이와 관련한 예산 자체를 삭제하였다. 이 같은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법개정, 예산충원 계획 등이 없는 단순히 ‘저상버스 투입’ 문구는 지킬 수 없는 공허한 문구에 지나지 않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공약이다. 


둘째, 선진국의 개인예산제 도입은 장애인들의 필요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가 모두 마련되었을 때 가능한 시스템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모든 서비스가 마련된 가운데 선택지원을 하게 하는 것으로 현재 보건복지부 예산체계는 서비스당 관리 통제시스템일 뿐 장애인 개별에 따른  예산관리 통제시스템이 되려면 보건복지부 전면 개혁이 요구되는데 판을 뒤집지 않고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항구는 만들지 않고 배공장을 짓겠다는 허황된 말일 뿐이다. 


셋째, 4차 산업형 인재 육성 및 장애인 고용 기회 확대 공약은 경증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이해도가 상당히 부족한 공약이 아닐 수 없다. 4차산업형 인재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직무개발과 교육을 수행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경·중증 장애인에게 이 같은 교육을 가르치려면 장애인정보화 강사부터 직무훈련이 필요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파견되는 장애인 정보화 강사가 할 수 있는 교육은 한글과 엑셀 인터넷 검색 수준만을 지도한다. 경증장애인의 경우 문서 관련 자격증 위주로 지도하고 중증장애인의 경우 인터넷 검색 등 도구 사용을 지도한다. 장애인의 4차 산업형 인재 육성과 민간사업체 협업 및 현장에 바로 직접 투입은 기업 현장에 어려움만 가중할 뿐이다. 근로지원인 등과 같은 직무를 복지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이유도 현장에 바로 장애인을 투입하지 않고 비장애인에게도 장애인과 통합의 시간을 허락하는 의미인데 후보자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인요양서비스 제도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 방문 서비스 도입 등은 우리가 노인 또는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프라이버시를 모두 침해받는 것은 최소화하여야 하고, 약자가 약자를 돌봄에 있어서는 비장애인의 배려가 요구됨에도 약자와 약자가 만나는 접근을 재가에서 허가하는 접근은 결국 장애인과 노인과 같은 약자의 가족에게 돌봄을 떠넘기는 현실을 모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넷째, 장애학생의 예술교육을 위하여 국립한국복지대학에 장애인 문화예술 관련학과를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평택 인근의 장애학생에게는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애인 문화예술체계는 평생교육지원체계로 접근하여야 하는 기존의 연구와 전문가들의 제안을 뒤집는 일이다. 특히 장애학생 예술 교육을 전담시키기 위해 전문상담사를 만든다는 발상 또한 황당하다. 전문상담은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하면 되는 업무인데,이와같이 장애인체육지도자, 문화예술교육사와 같이 매해 국가가 검증을 통해 길러내지만 적정한 수급 자체가 안 되는 직무 위에 별도로 장애예술전문상담사를 만들어 예술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전문상담사에게 어떤 특별한 적성이 요구되는지 알 수 없고 사회복지사들에게는 또 하나의 전문교육을 요구하는 일이 되어 직업선택의 자유에 있어 자격증 남발과 수요불활용은 위헌의 소지마저 있어보인다. 


다섯째,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위한 국가 지원은 현재 조기개입센터를 도입하여 해결하겠다고 하였으나, 이미 병원, 대학 및 장애인복지관들과 사설치료센터들이 이미 조기개입프로그램을 상당히 개발하였고 전통을 가지고 사회화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더불어민주당

첫째, 장애인 스스로 정책과 서비스를 결정하는 체계를 만들고 이를 위해 국무총리 위원회를 대통령 위원회로 격상하고 장애인 관련 사무에 장애인을 더 많이 채용하겠다고 하였다. 장애인정책을 다루는 위원회 격상은 긍정적으로 받아지나 ‘신청주의’라는 한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서비스를 완벽히 이해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하도록 하는 모든 일을 장애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자기결정 자기책임의 원칙상 국가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가는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을 먼저 탐지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먼저 제안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약자에게 모든 복지서비스 인지와 인터넷 신청, 구비서류 준비를 미루는 정부 앞에서 중증장애인은 스스로 정책과 서비스를 모두 결정하고 신청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후견인, 신탁관리인 등 별도의 직무를 가진 자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고 장애인과 이해관계자의  욕구가 충돌될 때 국가가 객관화 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의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준비되어야 한다. 


둘째, 장애인 소득보장과 일자리, 교육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목표 달성으로 소득 하위 70% 중증장애인에게 확대하고 최저임금 적용 제외대상 장애인의 정부 임금보조제도 도입, 중증장애인일자리 확대를 약속하였다. 중증장애인 위주의 정책을 짚은 것에는 긍정적으로 보여지나 임금보조제도나 중증장애인일자리 직무분석이 없고 기업단체협회 등 일방적인 국가의 지도편달만으로는 중증장애인의 사회통합에 더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중증장애인일자리를 줄 수 없는 비장애인의 인식개선과 이와 관련한 규제 외 유인책 연구가 절실한데 이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 목표 아래 특별교통수단 지원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약속은 허황되어 보인다. 여전히 눈앞에 있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더 많은 법제정과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 장애인 지원 공공주택, 장애인주치의 제도, 장애인재난정책 전담부서 등 여전히 특수한 사람들에게 특수한 의무로만 장애인을 떠넘기려 하는 비통합적 제안이다. 예를 들어 재난정책전문가는 전원 장애인 관련 교육을 받는 것이 맞고 장애인 지원 공공주택이 아니라 공공주택 자체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며(1인 주거면적 4.2㎡이 어떻게 행복주택이라 할 수 있나 일본 8.8㎡  영국 12.0㎡) 장애인주치의가 아니라 의료공백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발달장애인거점병원활용부터 돌아봐야 한다. 발달장애인거점병원은 진료과목 간 협진체계를 구축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자해·타해 등 행동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의료기관으로 2016년 처음 공모를 통해 한양대학교병원과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등 2개소가 지정되었으며, 2019년 인하대학교병원, 강원대학교병원, 충북대학교병원, 전북대학교병원, 서울대병원,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6개소가 새로 지정되어 현재 8개소 운영 중이다. 그러나 장애인가족이나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발달장애인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서는 대학병원이 아닌 위급상황에 마을에 있는 병원을 맘놓고 편히 갈 수 있어야 한다. 소아과, 내과, 치과 등 발달장애인 이해가 떨어지는 병원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은 장애인 병원을 가 달라고 의료법 위반 행위를 버젓이 하고 있다. 서울시 장애인치과는 성동구 행당동에 하나 있어 1달을 기다려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고 일반 치과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진료해 주겠다는 치과가 거의 없다. 발달장애인 보조공학기기가 스마트 깔창이나 스마트 태블릿 처분하는 곳이 될 것이 아니라 마을 병원에서 발달장애인을 쉽게 검사할 수 있는 수많은 의료방식의 발전이 절실하다. 발달장애인을 병원에 잘 데려가지 못하는 고통은 가족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그대로 전가된다.


넷째, 모든 장애인이 성별, 연령을 이유로 이중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장애여성, 고령 장애인, 영유아를 더 약자로 지정하였다. 비장애인의 약자적 판단과 장애인의 약자적 판단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장애인의 부양과 여러 가지 신청주의폐단으로 오는 판단은 장애인 가족에 전담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 성인이 될수록 부모는 고령이 되어 이를 지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장애인 중 더 약자의 선별은 여성, 고령, 영유아라서가 아니라 신청주의로 일관하고 국가는 서비스 판매자로 군림하는 한 장애인에게 모든 서비스 신청과 결정의 책임이 전가된다. 오히려 부모 없이 후견인 또는 활동지원사에게만 맡겨져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원격개입, 기혼 중인 장애여성 모니터링 상시화와 같은 구체적 생애사별 어려운 시기 개입할 사례관리에서 약자가 발견되므로 여성,고령,영유아와 같은 보편적 기준으로 차별방지를 약속하는 것은 첫째 공약인 맞춤형 서비스의 일부분 수준의 공약이다.
마지막으로 발달,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실시하겠다는 구상 아래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선, 권익옹호 지원체계 및 위기지원체계 확립은 후보자가 다섯 개 공약 중 발달, 정신장애인 정책의 취약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권익옹호 기존 체계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지, 정신장애인의 위기는 어떤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고 있어 답답할 뿐이다. 

 

Ⅳ. 마치면서
이세상에 장애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장애인 가족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고 영원한 장애인도 영원한 비장애인도 세상에는 없다. 
그렇기에 국가는 국민을 분열시키지 않을 의무가 있고 장애인의 입장을 비장애인에게 이해시켜주고 장애인이 참작받아야 하는 문제와 위기 상황을 인지하며 거대한 예산과 시스템으로 국가가 지원, 관리, 감독할 대상과 최소한의 생계 및 의료,법률 문제를 해결할 의무를 진다.
이에 대해 양 후보 모두 이해도가 현저히 부족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장애인정책이 그나마 중증장애인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고 있고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 정책의 부족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안의 추상성은 단점이 아닐 수 없다. 
전통시대 장애인은 결코 천시받지 않았고 자기 나름의 직업을 가지고 심부름, 청소와 같이 자기 몫을 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산업화가 촉진되고 자본주의의 병폐가 심화되면서 장애인은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집단수용시설을 만들어 사회로부터 격리시켰으며, 비장애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이방인으로 취급하고 혐오감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장애인 문제는 모두 비장애인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인한 것이다. 
TV 드라마 PD는 비장애인으로 장애인은 늘 바보처럼 그려지고 가족에 부담이 되는 모습이 일쑤이거나 비상한 능력으로 비뚤어진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이용당한다거나 뉴스 보도국장도 비장애인으로 사건사고에는 정신장애인을 지목하는 등 그냥 같이 사는 인간으로 그려지지 못하고 있다. 제도는 불안에 대한 적립금 같은 것이다. 인식개선이 따라오지 못할 때 제도는 인식이 따라올 수 있는 윤활유가 되어줘야 한다. 이와 같은 장애인에 대한 오해는 정확한 장애인 정책을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한다.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두 후보는 겸손한 마음으로 공부가 더 필요하고, 장애인의 처지가 더욱 열악하고 장애인을 비하할 때 국가는 모두 무너졌다는 사실을 인지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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