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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과 시대정신
안성용 (위례시민연대 공동대표)  |  view : 639

구조적 불평등 - 자산, 소득, 시간 불평등

2021년 12월 8일 토마 피케티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불평등연구소가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발표하였다. 

 

보고서는 세계의 자산 불평등이 해를 거듭하며 계속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보면 상위 1%는 세계 자산의 37.8%, 상위 10%는 75.5%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의 자산은 2%에 불과했다. 상위 10%는 평균 7억3천만원의 자산을 가진 반면, 하위 50%는 386만원으로 190배 차이가 났다. 특히 막대한 부를 소유한 극소수는 자산이 크게 늘었다. 2019-2021년에 세계 자산이 연평균 1% 늘어날 때 상위 0.01%의 자산은 연평균 5% 이상 늘어났다. 

 

한국에서는 상위 1%가 자산의 25.4%, 상위 10%가 58.5%를 차지했다. 하위 50%는 5.6%였다. 상위 1%는 평균 자산이 61억원, 10%는 14억원인 반면, 하위 50%는 2700만원이었다. 보고서는 “상위 10%의 몫이 늘면서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소유한 자산은 줄었다”고 밝혔다.

 

소득 불평등도 세계적으로 나빠졌다. 세계 소득 중 상위 1%가 19.3%, 상위 10%가 52.2%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의 소득은 8.4%였다. 부유한 10%가 1억2000만원을 벌 때 가난한 50%는 373만원 벌었다. 보고서는 “2020년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하위 50%보다 38배가 높았다”며 “이는 1910년 제국주의 전성기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는 나은 상태지만 상위 계급 쏠림 현상은 두드러졌다. 상위 1%는 소득의 14.7%를 차지하며 평균 6억4천만원을, 상위 10%는 46.5%를 차지하며 2억원을 벌었다.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50% 소득의 14배에 달해, 프랑스(7배), 이탈리아(8배), 영국(9배), 독일(10배)보다 큰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한국이 사회적 안전망이 약한 상황에서 탈규제와 자유화가 이뤄졌다”며 “그 결과 1990년 이후 상위 10%의 점유율이 35%에서 45%로 증가했지만, 하위 50%는 21%에서 16%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자산과 소득이 부유한 계급과 가난한 계급 사이에서는 ‘시간 불평등’도 심각하다. 부유한 이들은 차고 넘치는 여가를 누리지만 가난한 이들은 분 단위로 일상에 쫓긴다.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가난한 이들 특히 여성은 더욱 시간에 쫓긴다. 

 

부익부 빈익빈 체제의 확대 및 재생산, 재벌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정치인, 관료, 언론, 법조, 종교, 학계, 전문가 그룹 등은 자산을 쌓지만 그렇지 않은 계급 계층은 점점 몰락하는 것. 이것이 ‘구조적 불평등’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상위 0-10%는 자산과 소득이 계속 늘고 있다. 상위 10-20%는 자산과 소득이 현상 유지되고 있다. 20-50%는 계속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50-100%는 계속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노동과 부, 시간이 아래에서 위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 90%의 삶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직 노동자의 비율은 14.2%이다. 그러나 조직 노동자는 절대다수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학계, 언론, 정치집단들로부터 ‘노동귀족’, ‘이기주의 집단’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귀족이 언제 노동을 한 적이 있었는가? 노동귀족이란 용어는 노동자들끼리 또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분열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고 사용되는 용어일 뿐이다) 물론 양대 노총이 조직 노동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나,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 수립과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많은 ‘현안’을 해결해나가는 데에 무기력하거나 미약한 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비판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8월 비정규직 노동자 숫자는 806만6,000명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얼마나 처참한가? 그 숫자가 계속 늘고 있고, 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알바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구직을 위해 청춘을 학원, 도서관, 고시원에서 보내고 있다. 

 

실직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고, 퇴직자들은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배회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선택한 이들은 집단적으로 파산하고, 가정이 해체되며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선진국 진입을 축하하는 언론의 메시지 뒤에는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다 고독사로 스러져가는 이들이 매년 수천 명에 이른다. (뉴스레터 18호. 대통령 선거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의제, ‘빈곤과 죽음’. 참고)

 

2020년 말 기준 농림어가는 118만1000가구이고, 인구는 264만4000명에 불과하다. 농림어업의 몰락과 농산어촌의 해체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적게 잠을 자면서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야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과로사, 산업재해율, 교통사고율,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율, 암발생율, 가족해체로 인한 1인 가구 증가율, 세대에 관계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살율도 세계 최고이다. 여성, 장애인, 소수자, 이주민 등에 대한 인권 및 제도 개선 속도는 매우 느리다. 


소수의 이익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으로 사람들은 토지를 강제로 빼앗기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으며, 천혜의 생태계는 급격히 파괴되고 있다. 지구 차원의 기후변동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한반도에서도 홍수, 장마, 가뭄, 산불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농작물과 어획물의 변화는 우리가 식탁에서 느끼는 바대로 이미 크게 변했다. 화석연료에 기초한 사회경제 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인데도, 재벌, 관료, 정치인, 언론 등은 화력발전과 원전을 유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를 선린 호혜로 바꿀 때만이 가능하다. 냉전적인 사고방식으로 대북 적대 정책을 고집하면 갈등과 긴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평등, 평화, 생태가 시대정신이다.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 남북 및 동북아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이루는 것, 이것이 시대정신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세 가지는 우리의 일상을 모든 면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후면 대통령 선거일이다. 후보마다 정당마다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어지러울 지경이다.하지만 이럴수록 이번 선거에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후보를 찾아 선택하려는 유권자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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