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의제, ‘빈곤과 죽음’ | |
---|---|
안성용(위례시민연대 공동대표) | view : 458 | |
지난 1월 24일 인천의 다세대 주택 원룸에서 혼자 살던 40대 남성이 사망 후 닷새가 지나 발견되었다. 방에서는 잔고가 ‘0원’ 찍힌 통장이 발견되었다. 먹먹하게 하는 죽음이다. 이와 같은 일은 매주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다. ‘고독사’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에 우리의 일상 용어가 되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극단선택, 병사, 아사 등으로 홀로 임종을 맞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한다. 작년 4월 1일 법이 시행되었다. 올해 이 법 관련 예산은 10억 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고독사 수는 3,052명이었다. 같은 해 산재 사망자 수 2,062명보다 훨씬 많다. 참고로 올해 산업재해 예방 예산은 1조 1000억 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고독사’ 숫자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고독사로 사망한 후 다수는 ‘무연고 시신’이 된다. 무연고 시신이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또는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시신을 말한다. 즉 정부는 무연고자 숫자에 연고자가 나타난 경우를 포함하여 ‘고독사’ 숫자를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무연고 시신의 처리는 지자체가 일정 기간 경과 후 화장해서 봉안하는 방식으로 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예를 들면 ‘서울특별시 공영장례조례’에 따라 서울시 어르신 복지과, 서울시립승화원, 사단법인 나눔과 나눔, 장례서비스 기업인 해피엔딩 등 4개 기관이 협력해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장례식을 진행하고 있다. 장례 인원은 협력 기관을 통해 집계된다. 이렇기에 지자체의 공영장례를 통해 치른 무연고 사망자 숫자와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숫자는 집계 및 발표 시점마다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그동안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절차 규정이 없어서, 사망 후에조차 장시간 방치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사회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고인과 친분이 있거나 종교활동, 연대활동 등을 함께한 사람이 희망하는 경우, 장례를 주관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나 지자체가 장례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작년 말에야 국회에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고독사 ‘이후’보다 ‘이전’이다. 고독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복지재단의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 중 54.9%가 40~64세였다. 이 연령층은 노동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정책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생계급여’를 이렇게 정하고 있다. “생계급여는 수급자에게 의복, 음식물 및 연료비와 그 밖에 일상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금품을 지급하여 그 생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제8조 제1항).” 그리고 생계급여 대상자를 정하고 있다. “생계급여의 수급권자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서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선정기준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지급합니다(제8조 제2항 및 보건복지부 ‘2021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246쪽).”
그런데 생계급여 기준은 65세 이상이거나 월 소득이 1인 가구 월 548,349원에만 해당된다. 나이나 소득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조건부 수급자’가 된다.
결국 일당을 받고 한 달에 몇번 일을 하면 수급 기준을 초과하므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의 고독사 예방 지원은 65세 이상 노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자체마다 ‘고독사 예방 조례’를 만들었고 만들고 있다. 대부분 청년, 장년, 노인층 등 생애주기에 맞춘 고독사 예방대책 및 지원방안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추진 중인 정책은 안전 확인, 생활 교육, 서비스 연계 등을 실시하는 ‘노인 돌봄 사업’이 중심이다. 물론 이 또한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미흡한 상황이다.
조례와 달리 대부분 노년층 이외의 연령대에 대한 고독사 대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말 보건복지부의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숫자는 272만2043명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212만3597명, 차상위계층은 59만8446명이다. 차상위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의 저소득층으로, 중위소득 50~52% 이하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소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빈곤’이란 무엇인가? 절대빈곤, 상대빈곤, 빈곤선, 빈곤의 덫 등 표현과 기준 또한 다양하다.빈곤을 정의하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불평등이 원인이라는 것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또 빈곤 문제의 해결에는, 사람이 생계를 지속할 수 있는 소득, 음식, 주거, 의복, 에너지, 보건, 교육, 교통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사회, 문화, 정치 등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사회적 차별이나 배제, 소외를 당하지 않는 것들이 포함될 것이다. 즉 사회구조와 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 데에도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빈곤층’, ‘하층’, ‘밑바닥’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이들이 매우 많다. 그런데 빈곤하며 고립된 사람들은, 살아서는 스스로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증명해야만 비로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아니면 죽음으로서만 공동체 안에 자신도 존재했었다고 증명을 하는 세상이 우리 사회이다.
‘빈곤 문제’와 ‘죽음 문제’에 대해 정당들과 행정기관들은 강력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또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기관들은 매우 다양하며 분산되어 있다. 당장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내용을 한 단계 높이고, 사회복지 서비스를 누구라도 쉽고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운영방식의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주거, 의료, 음식, 의복, 일자리, 교육, 문화, 교통, 통신, 사회 참여 등 생활의 전 분야를 망라하여 ‘생활에서의 기본을 보장’해야 한다.
1인 가구 수는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936만7439가구로, 전체 2338만3689 가구 중 40.1%를 차지했다. 이제 10가구 중 4가구에서 언제든지 고독사는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빈곤의 확대와 죽음의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는 사회 경제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빈곤과 죽음’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 시민사회가 정치권에 요구해야 할 많은 의제들 중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